프리미엄 조명제품 전문기업이었던 필룩스가 사업 다각화로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주 열풍’에 합류했다.
필룩스는 노시청 전 필룩스 회장이 설립한 40년 전 회사로 ‘감성’을 내세웠던 프리미엄 조명업체였는데 노 전 회장이 전격 지분을 매각한 이후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필룩스, ‘바이오 진출’ 주가 폭등 진정세
5일 필룩스 주가는 13.36%(1450원) 하락한 9400원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동안 계속됐던 상한가 행진이 진정된 것이다.
▲ 필룩스가 마닐라 메리어트 호텔에 설치한 조명. |
필룩스 주가는 2월23일 9.77% 급등하더니 이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2월22일 3480원였던 종가는 3월2일 1만85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연일 랠리를 탔던 이유는 필룩스의 바이오업체 인수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필룩스는 12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월23일 밝힌 데 이어 2월27일에는 코아젠투스를 대상으로 378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코아젠투스는 스캇 월드만 교수가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회사다.
스캇 월드만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승인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미국 토마스제퍼슨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캇 월드만 교수는 대장암분야에서 권위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장암 발병 시 구아닐린 신호를 포착 역할을 하는 GUCY2C(수용체)의 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캇월드만 박사는 대장암과 관련해 면역항암치료 백신 연구 개발사인 ‘바이럴진’에서 GUCY2C와 아데노바이러스를 결합한 면역항암제 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FDA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코아젠투스는 바이럴진 지분 31%를 각각 보유한 ‘티제이유 자산운용’과 ‘펜 라이프 싸이언스’를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바이럴진 지분 62%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코아젠투스는 차세대 면역항암 치료제인 ‘CAR-T’ 관련 치료제의 원천기술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아젠투스는 CAR-T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현재 전임상을 완료하고 미국 FDA 임상1상을 준비하고 있다.
필룩스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바이럴진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코아젠투스가 연구 중인 프로젝트에 공동사업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필룩스는 3월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의약품 원료의 제조 및 판매업’, ‘의약외품·화장품·화장품 원료 제조 및 판매업’, ‘의약품 가공 수탁업’, ‘의약 연구개발업 및 자문업’ 등 의약품 사업을 추가한다.
◆ 필룩스, 조명업계 ‘애플’에서 무한 변신 중
필룩스는 ‘감성 조명’으로 유명한 고급 조명 전문 회사다.
노시청 전 필룩스 회장이 1975년 설립한 ‘보암전기전자연구소’가 전신으로 1997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2001년에는 코스피로 이전해 상장했다.
노 전 회장은 부품소재사업에 집중하다가 2000년 회사 이름을 필룩스로 바꾸며 조명사업에 뛰어들었다. 필룩스는 느낌(feel)과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lux’가 합쳐진 것이다.
필룩스는 1천여 개에 이르는 특허를 개발하며 ‘자연광’에 가까운 ‘감성 조명’을 내세웠다. LED가 대중화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뤘고 글로벌시장에서 ‘명품 조명’으로 대접받고 있다.
각종 조명 박람회에서 많은 수상을 했으며 프라다, 구찌, 빅토리아시크릿, 자라 등의 패션 브랜드부터 제2롯데월드, 스타필드하남,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쓰이는 고급 조명도 필룩스가 맡았다.
조명업계의 ‘애플’인 셈이다. 필룩스는 회사 설립 이후 여태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필룩스는 2016년 매출 1078억 원, 영업이익 106억 원을 올렸다.
필룩스는 노시청 전 회장이 2016년 초 보유지분 45%가운데 30%를 매각하면서 일대 전환기를 겪게 된다.
노 전 회장은 가족이나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며 필룩스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회사를 넘기고 자신은 청년 창업가 등 후진 양성에 힘쓰겠다는 뜻을 보였다.
필룩스의 경영권은 이후 컨설팅 전문업체인 블루커넬로 넘어갔다.
블루커넬은 필룩스의 글로벌시장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필룩스는 2016년 7월 상지건설을 인수하며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지건설은 고급 빌라사업에 특화된 회사다. 필룩스 조명처럼 ‘명품’ 이미지 결합으로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필룩스의 바이오사업 진출은 건설업 진출에 이은 두 번째 사업 다각화에 해당한다.
필룩스 창업자인 노 전 회장은 지난해 잔여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노 전 회장은 현재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후원하는 ‘명품창출CEO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