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3-05 17: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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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이 앞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STX조선해양은 조선사로서 길을 계속 걷게 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블록공장 등 선박기자재와 부품 공급을 주력으로 삼는 회사로 탈바꿈하게 될 수 있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5일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이 그리스선주 키클라데스로부터 수주한 유조선 5척을 놓고 건조할지 말지 여부가 이르면 이번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직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해양은 2017년 5월 키클라데스로부터 유조선 5척을 수주했지만 생존 여부가 불확실한 데 따라 키클라데스로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공정연기 요청을 받았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이후로 일감이 끊겨 있어 키클라데스로부터 수주한 유조선을 건조해야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조선사로서 생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조만간 결정되는 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주(5~11일) 후반에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등을 놓고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부총리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8일 열고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구조조정과 산업경쟁력 강화 이슈가 있어서 이번주 후반에 회의를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회의를 통해 최종 결과를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조금 두고 보자”고 말했지만 이 회의에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생존을 놓고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청산되는 편이 계속 사업을 이어가는 것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정부가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는 삼정KPMG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거의 마무리하고 설 명절 직후나 2월 마지막주 최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파악됐지만 최종 보고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STX조선해양은 지금처럼 조선사로서 명맥을 이어가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수리전문조선사나 블록공장으로 주력사업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구조조정안에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제출했던 회생계획안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요구사항을 받은 것은 없다”며 “신규 수주나 선박 건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은상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직무권한대행.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으면서 인건비를 30% 줄이기로 약속하고 인력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STX조선해양이 내보내야 하는 인원은 약 350~400여 명인데 지난해 12월 약 7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수리 전문 조선사나 블록공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떠오른다.
국내에는 선박 수리 전문 조선사가 없어 차별화할 수 있고 성동조선해양은 원래 블록공장에서 성장한 회사인 만큼 정부가 업종을 바꿔 성동조선해양을 살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성동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통영조선소를 선박 수리에 맞게 개조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고 블록공장으로 바꾸려고 해도 안정적 발주처를 새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이 해외 조선사보다 기술력에서 앞서지 못해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다 위기를 맞는 것”이라며 “조선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해외조선사 공세도 거센데 중견 조선사를 살려둬서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