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권은희 의원이 발의했던 ‘입증책임전환’ 법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어도 입증책임 때문에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1일 LG유플러스, KT, SK브로드밴드등 통신업체에서 416만 건에 이르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그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판매대리점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한달에 한번 꼴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인터넷 쇼핑몰, 제2금융권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유출을 합칠 경우 모두 1230만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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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지난달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달 4일 정보유출 피해보상을 위한 입증책임을 해당기업에게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개인정보 보호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개정안에서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개인정보의 분실, 도난, 누출 등의 피해가 일어났을 때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그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맡기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의 법 체계에서 개인이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보상 소송을 걸 때 이길 확률이 매우 낮다. 소비자가 직접 해당사업자의 위법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사업자가 법을 위반했는지, 위법행위를 했으면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위법행위와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2년 GS 칼텍스, 옥션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모여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잇따라 소송에서 패배했다. 입증책임 때문이었다.
따라서 입증책임을 전환해 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자에게 피해와 상관이 없음을 입증하라는 게 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소비자가 직접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권 의원은 “개인정보 단체소송의 경우에도 원고 적격 요건이 너무 엄격해 현재까지 단체소송 사례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며 “단체소송 대상 등의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권리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중지만 구할 수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증책임의 전환은 이미 의료과오소송이나 환경소송, 제조물책임에 관한 소송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2012년 재판부는 쓰레기 매립지 침출처리수로 어획량이 감소하는 피해를 본 어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증책임이 가해기업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가해기업이 유해한 물질을 배출해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가해자가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경찰이 적발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정보유출 당사자인 판매점과 판매딜러 등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도로 통신사들에게 관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들의 관리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