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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부사장 |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의 항공기 되돌리기 파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이 직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검열한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언론 대응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과 관련한 사건의 유출자를 찾기 위해 직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를 검열했다. 대한항공은 또 승무원 관리자들에게 언론대응 지침을 지시했다.
이런 사실은 대한항공 승무원의 폭로에 따라 밝혀졌다. 이 승무원은 회사가 조 부사장과 관련한 논란이 알려진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일일이 살펴봤다고 주장했다.
승무원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행위라고 회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또 관리자급 승무원들에게 일괄 메시지를 보내 대외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당 사무장의 자질 부족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대응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직원들에 대한 검열과 내부 단속은 이미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져 온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이전에도 인권침해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객실 승무원들에게 ‘유니폼 착용 시 국내외 면세점 출입금지 및 공공장소 예절준수’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대한항공은 이 지시사항에서 승무원들이 공공장소 등을 다닐 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동 중 커피 등 음료수도 마시지 못하도록 했다.
또 출퇴근 때도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지시해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당시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번 조 부사장 사건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사내 기업문화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9일 성명을 내 “조현아 부사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회사가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사과문에서 조현아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는 “회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장과 객실 승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직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경영진의 과실부터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도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오너 일가의 전횡으로 빚어진 인권침해 사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오너 일가가) 비행기에 탑승할 때마다 기장과 승무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사소한 거 하나 그냥 넘기지 않아 비행이 끝나면 객실 사무장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오너 일가가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 직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