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일본이 한국 조선사의 저가수주를 끝내기 위해 무역전쟁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의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정책 때문에 선가가 또다시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서신을 보내 한국 국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기준을 완화해주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한국조선사가 저가수주를 해서 선박가격을 낮추는 것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수주가격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5개 조선사가 생산원가 이하로 입찰가를 적어내도 국책금융기관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줄 수 있다.
한국 조선사는 그동안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조선사의 저가공세에 고전해왔는데 앞으로 가격 경쟁에서 힘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이런 방침에 제동을 걸 뜻을 보이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3사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에서 영업이익률이 5~7%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주력선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에서는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지난해 수주했던 것을 무사히 건조해도 적자를 보고 대형 컨테이너선도 여러 척을 한꺼번에 수주해 설계비용을 아끼지 못하면 적자를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현재 너무 떨어져서 저가수주라도 하지 않으면 해외 조선사에 일감을 뺏겨 한국 조선사의 고정비 부담이 무거워진다”며 “한국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어 정부가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기준을 일시적으로 조금 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9월 글로벌 선사 MSC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선수금발급보증 기준이 완화한 덕분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이 선박을 수주한 시점은 지난해 9월이었지만 선수금환급보증은 올해 2월까지 순차적으로 발급됐다.
▲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의 이마바리조선소.
일본 정부가 WTO에 제소하면 한국 조선사가 조선업황 회복기에 신규수주를 크게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 조선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건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시장 주도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던 2000년대 이후부터 일본정부가 꾸준히 한국 조선사와 조선업정책을 놓고 지적해왔다”며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이 한국 조선사의 주력선종인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점도 일본 정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바리조선은 2017년 9월 초대형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는 대규모 도크를 짓고 한국과 중국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이마바리조선은 2014년 초 약 5년만에 스페인에서 LNG운반선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는데 건조경험 부족으로 인도 지연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