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 CJ헬스케어의 본입찰이 시작됐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5월 경영복귀를 선언한 뒤 CJ그룹은 ‘새 판 짜기’에 나서고 있는데 CJ헬스케어 매각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이 회장의 뜻에 따라 CJ제일제당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CJ헬스케어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어디에 쓸지 주목된다.
◆ 달아오른 CJ헬스케어 인수전, 뛰는 몸값
CJ헬스케어 인수후보자들은 매각 본입찰일인 12일 CJ헬스케어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에 인수가격과 세부조건을 담은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모건스탠리는 9일 한국콜마와 칼라일, CVC캐피탈,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후보자로 선정하고 사전계약서를 전달했고 11일 이들을 대상으로 매니지먼트 프레젠테이션(MP)을 실시했다.
모건스탠리는 12일 인수후보자들이 제출한 본입찰 서류를 검토한다음 설 연휴를 전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CJ헬스케어는 최근 몸값이 치솟고 있다.
CJ헬스케어는 2017년 매출 5137억 원, 영업이익 814억 원을 냈다.매출은 2016년보다 0.1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9.88% 늘며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A)도 지난해 1004억 원으로 2016년 861억 원보다 20.3%나 늘어났다.
CJ헬스케어는 JW중외제약, 대한약품과 국내 수액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 기초수액 판매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률이 높아졌다.
CJ헬스케어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가치도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당초 몸값이 1조 원가량인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최근에는 1조5천억 원을 넘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신약개발에 진전을 보이는 등 매물로서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최근 중국 NCP 젠테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 2세대 지속형 조혈제(EPO) 바이오시밀러 'CJ-40001' 기술수출 계약을 맺엇다.
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수족구병 백신기술을 사들여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수족구병은 2009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마땅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CJ헬스케어가 개발한 소화기 신약 ‘테고프라잔(CJ-12420)’도 임상3상을 마쳤고 하반기 국내 출시가 유력하다.
◆ 이재현 ‘특명’ 받은 신현재, 다음 행보는?
CJ헬스케어 매각은 CJ그룹이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룹 사업재편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복귀를 선언하며 ‘월드 베스트 CJ’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월드 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그룹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이루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CJ그룹은 이후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매각대금을 인수합병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즉 ‘선택과 집중’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재무 전문가’이자 ‘전략가’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에 오른 이후 CJ제일제당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신 대표 선임에 발맞춰 식품과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 등 4개 사업부문을 식품과 바이오로 통폐합했다.
지난해 12월에는 CJ대한통운 지분 20.1%를 추가로 확보해 40.16%로 지분율을 높이고 단독자회사로 만들었다. CJ대한통운은 CJ건설을 합병했다.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매각한 자금으로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 소재회사 셀렉타, 사료업체 코휘드, 중국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 미국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사 메타볼릭스, 베트남 냉동식품사 까우제, 러시아 냉동식품업체 라비올리 등을 인수합병했다.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최대한 비싸게 파는 데 성공하게 된다면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공격적으로 해외사업 확장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데 변수도 있다. 재무구조에 부담을 낮추는 데도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6%에 이른다. 식품업계의 평균부채비율은 2016년말 기준 98.4%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차환하지 않고 갚고 있다.
지난해 10월 만기가 온 300억 원어치 회사채를 현금상환했고 12월에도 1500억 원어치 회사채를 현금상환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7월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전량 매각해 3577억 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