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장 보수적 자본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4.6%로 집계돼 업계 최상위권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자금여력도 비교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살피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윤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후통합(PMI) 전문가인 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지난해 말에 선임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보강하려 한다”고 말했다. KB생명은 점유율이나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KB금융그룹의 또 다른 취약분야로 꼽히는 해외사업에서도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현지 회사의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늦게 들어갔고 현지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해 생긴 격차를 인수합병으로 따라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겸임했던 지난해 6월에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지금도 동남아 국가의 금융회사 매물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
그는 연임 결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와 해외의 차별 없이 인수합병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며 “좋은 매물과 가격이고 우리의 전략에 맞는 기회가 생긴다면 모두 열어놓고 보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실무를 여러 차례 맡았던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는 등 비은행계열사의 해외 인수합병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현재 윤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를 특혜채용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아무래도 걸린다. 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윤 회장이 퇴진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KB금융그룹의 인수합병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윤 회장이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는 데 이사회의 강력한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회장은 그동안 강력한 지배력과 사외이사들의 공고한 지지를 통해 공격적 인수전략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KB금융지주도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최소 3명이 3월 주주총회에서 교체된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과거와 같이 이사회를 지지기반으로 만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가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