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2-08 17: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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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에 이어 이번에는 대우건설 늪에 빠졌다.
대우건설의 매각절차를 일단 중단하고 내부 다지기로 방향을 틀었지만 별다른 수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의 대규모 해외손실이 매각 무산의 이유로 꼽히는 만큼 우선 관련 사업을 철저히 정비해 추가 손실을 막는데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안해 보인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은 8일 호반건설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포기했기 때문에 대우건설 지분의 매각절차 전부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7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해외사업의 잠재부실을 정리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 손실이 매각 무산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해외사업부문에서 손실 4225억 원을 봤다. 연초에 모로코 사피의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생긴 잠재손실 3천억 원이 반영돼 손실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대우건설의 다른 해외사업에서 추가적으로 손실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오만과 카타르 등 해외 국가 42곳에서 프로젝트 300여 개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사업 평균 원가율이 104%로 집계됐다. 원가율이 100%보다 높으면 수주한 금액보다 건설비용이 많다는 뜻이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5실장은 “대우건설은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손실인식이 자주 나타나 원가관리능력과 해외사업 교섭력을 놓고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를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경영진이 강제 무급휴가를 통해 인건비용 감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 대우건설 직원 5900명 정도 가운데 2600명 규모가 해외사업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일단 튼튼한 회사로 만든 뒤 매각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며 “다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을 다시 추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도 산업은행 이사회가 2016년 10월 매각을 결정했지만 실제 절차는 지난해 7월이 다 되서야 시작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근거를 제때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2016년 3분기 실적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자 매각절차를 멈추고 부실을 터는 데 힘썼다.
그러나 내실 강화라는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전에 해외로부터 초대형 부실이 떨어져 모든 절차가 무산된 만큼 앞으로 진행할 실질 경쟁력 강화도 살얼음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이 해외사업의 손실 문제로 무산되면서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을 둘러싼 인수합병시장의 신뢰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며 “문제가 되는 해외사업들을 정리하거나 모두 준공해서 벗어나기 전까지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