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나면서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이 생산규모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DI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굵직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자마자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단지 2라인에 시설투자를 벌이기로 결정했고 삼성 금융계열사 인사도 실시됐다. 삼성의 ‘스피드경영’이 다시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 데다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오너경영인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오너경영인이 직접 나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키우고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화학 이사회에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고 SK그룹에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이 사업을 전담하면서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힘을 실어준다면 삼성SD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사장에서 위상을 더욱 다질 수 있다.
삼성SDI는 유럽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유럽에서 시설투자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8월 폴란드 자회사에 4360억 원을 출자해 폴란드 배터리공장을 증설하기로 했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말 8402억 원을 들여 헝가리에 배터리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헝가리 배터리공장의 생산능력을 기존 1기가와트시에서 7.5기가와트시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뒀다. LG화학 폴란드공장의 6기가와트시, 삼성SDI 헝가리공장의 3기가와트시를 크게 앞선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만큼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설투자를 벌인다.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설투자에 1조 원 정도를 투입했는데 올해 시장규모가 커져 시설 확충이 필요한 만큼 지난해보다 투자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