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2-08 16: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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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매각 무산에 따른 관리부실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의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 쓰였던 기자재에 문제가 생겨 다시 제작을 주문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손실 3천억 원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본 손실 규모도 지난해 1~3분기 855억 원에서 연간 4225억 원으로 커졌다.
산업은행은 호반건설과 마찬가지로 이런 해외사업 손실을 7일에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손실을 미리 알았는데 호반건설에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대주주 격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공사의 손익을 먼저 감사할 수는 없다”며 “관련된 세부사항들도 공시되기 전에는 미리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수주산업을 들여다 본 국책은행의 해명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비슷한 문제로 책임론이 불거졌던 경험이 있는데도 무책임한 변명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도 그랬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프로젝트 문제로 약 5조5천억 원의 손실을 내고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반영하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부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해도 계열사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산업은행은 2016년 10월 대우건설의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재무적정성 여부를 가릴 자료를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2016년 3분기 실적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으면서 매각 과정도 중단됐다.
결국 산업은행은 2016년 4분기에 대우건설의 누적손실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잠재부실까지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를 지시하면서 매각에 필요한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이번에도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데다 모로코 외에 다른 해외사업 현장에서도 부실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의 실제 완공시점까지 지체상금(LD)을 포함한 추가 공사비용의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체상금은 계약기간 내에 건설 등 계약상의 의무를 마치지 못하면 의뢰자에게 내는 보상금을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에 이어 대우건설 매각에도 실패하면서 비금융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데 약점을 보인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졸속매각’ 비판 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된 부담도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