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글로벌 통신반도체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던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 당국에서 퀄컴을 상대로 한 제재조치가 이어지는 한편 인텔과 삼성전자 등 새 경쟁업체가 등장하며 고객사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위기를 시장 진입의 기회로 삼아 자체 통신반도체를 외부고객사에 공급하며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글로벌 통신반도체시장에서 장기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며 시장지배력을 강화했지만 최근 들어 역풍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퀄컴이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통신칩을 독점공급하는 계약조건을 걸었다는 이유로 퀄컴에 약 1조1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국 당국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이유로 각각 제재조치와 과징금 처분을 내린 뒤 퀄컴의 독점을 겨냥한 공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퀄컴은 전 세계 통신반도체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분야에서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사실상 독점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다수의 스마트폰에 통신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적용하고 애플이 퀄컴 대신 인텔의 통신반도체를 공급받기 시작하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스마트폰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통신반도체 공급가격과 기술사용료를 이중으로 부과하는 퀄컴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결국 퀄컴의 통신반도체 독점이 역풍을 낳아 스마트폰업체들이 퀄컴을 대체할 공급사를 적극 찾아나서며 인텔과 삼성전자 등 도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퀄컴은 기존 고객사를 놓치는 동시에 처음으로 통신반도체에서 실질적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의 등장, 5G 통신 보급 등 통신반도체에서 역대 가장 큰 성장기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퀄컴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퀄컴은 경쟁사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더라도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게 해 질서를 해쳤다”며 “이번 결정이 경쟁사의 혁신제품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개발한 시스템반도체 가운데 확실한 주력상품이 없어 외부 고객사 확보에 고전해왔지만 이제 통신반도체를 앞세워 새 성장동력 확보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퀄컴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와 통신기술 특허의 공유를 확대하는 새 협력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시장에서 퀄컴의 입지가 불리해지자 협력에 적극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이전에 맺었던 기술계약 때문에 통신반도체를 외부업체에 공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 계약을 맺으며 이런 조건을 대폭 수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 계약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업체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며 폭넓은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에 주도권을 쥐고 있어 통신반도체 등 추가적 부품 공급을 논의하기도 수월하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IT전시회 'CES2018'에서 비공개 전시장을 마련하고 일부 고객사를 초청해 통신반도체 시제품을 선보이며 공급 계약 가능성을 논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