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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결정했을까.
이번 거래 규모는 1조9천억 원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열사 매각은 최근 삼성이 벌이고 있는 사업재편 작업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슷한 사업부문은 붙여 시너지를 높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 삼성그룹,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매각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과 장갑차, 자주포 등을 제작하고 있다. 삼성탈레스는 2001년 삼성전자와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로 열영상감시장비와 탐지추적장치 등 방산장비를 생산한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석유화학부문을 맡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회사다. 2003년 영업자산과 부채 대부분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인 삼성토탈에 넘긴 뒤 현재 출자사업만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를 열고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한화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대금은 8400억 원이다.
또 삼성물산과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도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에 1조600억 원을 받고 넘긴다. 다만 삼성물산은 화학분야에서 한화그룹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18.5%의 지분을 남기기로 했다.
매각규모는 1조9천억 원이지만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에 최대 1천억 원을 추가지급하는 옵션도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도 함께 양도한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종합화학도 삼성토탈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외에도 항공기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매각협상은 자산 양수도 계약(MOU)을 체결한 뒤 내년 1~2월 기업 정밀실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께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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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왼쪽)과 정유성 삼성종합화학 사장 |
◆ 삼성은 왜 방산과 화학에서 손 떼나
이번 삼성그룹의 전격적인 매각결정은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국내 방산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지만 글로벌 방산업체와 경쟁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은 데다 다른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특히 최근 통영함 납품비리 등 방산업체들의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자 방산부문을 서둘러 매각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넘긴 이유도 부족한 경쟁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3642억 원을 기록했지만 5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발 공급물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향후 업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석유화학계열사들은 1등 삼성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석유화학계열사가 네 곳이나 되지만 LG화학 1개사보다 실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화학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을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삼성SDI 등 주력 전자계열사와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의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인 양극활물질의 생산을 담당한다. 삼성정밀화학은 4년 이상을 양극활물질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올해 8월 양산에 성공해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반도체 현상액과 컬러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 등을 생산해 삼성전자 등 주요 전자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이번 매각 결정으로 사업 연관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비주력사업에 대한 추가재편 작업이 이뤄질 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