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내정자가 키움증권의 투자금융(IB)사업을 중기(중소기업)특화증권사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책을 맡게 됐다.
다만 키움증권이 투자금융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삼은 기업공개(IPO) 주관사업에서 올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만만치 않아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키움증권 리테일(소매금융)총괄본부장과 키움저축은행 대표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기관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홀세일영업에 집중해온 경력을 쌓았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 내정자가 대표로 있는 동안에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도시의 대체투자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2015년 말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이 내정자가 소매금융업을 다룬 경험을 토대로 공모 주식형펀드 판매액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 다른 행보였다.
‘소매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이 내정자가 키움증권에서도 투자금융부문을 소홀히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위탁매매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증권사지만 지난해 4월 ‘중소기업특화증권사’에 지정된 뒤 투자금융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
키움증권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업무를 주축으로 투자금융사업의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추가 연계사업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와 경쟁을 펼치기에는 쉽지 않은 만큼 중소·벤처기업 가운데서도 기술성이 뛰어난 바이오기업을 발굴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키움증권은 2015년에 13건(코스닥 상장 8건, 코넥스 상장 3건, 스팩 상장 2건), 2016년에 13건(코스닥 상장 7건, 코넥스 상장 6건) 상장의 주관을 맡아 마무리했다. 2014년 2건에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4월 1천억 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의 인수합병(M&A)펀드 위탁운용사로 뽑히기도 했다. 키움증권의 중소·벤처기업 성장전략과 네트워크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구조화금융에서도 대한항공 자산유동화증권(9천억 원)과 CJ인도네시아법인 대출(2천억 원), CJ그룹 계열사의 임차보증금 유동화 등을 주관하기도 했다.
다만 키움증권이 3분기에 투자금융부문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대표적 ‘장수 전문경영인’인
권용원 사장의 뒤를 잇게 된 이 내정자의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3분기에 투자금융부문 수수료로 61억 원을 거뒀다. 2분기보다 40%가량 줄었고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4.5% 쪼그라들었다.
3분기에 대림산업과 대한항공 등의 공모 회사채 주관을 맡았지만 상반기와 비교하면 내세울 만한 대형거래가 없었던 데다 투자금융사업의 주축으로 삼아온 기업공개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11월까지 상장 주관을 마무리한 기업은 우성아이비와 아스타, 디앤씨미디어와 엠플러스, 케이피에스 등 5곳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앞으로도 기업공개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키움증권이 현재 상장주관을 맡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제너럴바이오와 싸이토젠, 오스테오닉, 아이큐어 등 등 모두 바이오업체다.
문제는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업체들의 주가가 급등세와 급락세를 번갈아 오가며 바이오업체의 적정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바이오업체들의 경우 자체 덩치나 안정성보다 각 업체가 보유한 기술과 관련된 평가에 따라 상장 성공 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키움증권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며 “
권용원 사장의 전략을 크게 틀지 않은 채 자신의 색채를 더하는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