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주식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권 사장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을 잇따라 매각해 7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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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비상경영을 추진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조가 넘는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돼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28%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돼 좋은 조건에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던 포스코와 KCC 지분을 매각해 7천억 원을 확보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3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을 얼마나 내놓을 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는 상장사 주식을 3조 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소유한 상장사 주식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차(440만주), 기아차(8만8245주), 현대상선(2342만4037주) 등 장부상으로 1조 원이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범현대 기업들의 지분만 매각해도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보유지분을 시가로 계산하면 현대차 지분 7천억 원, 기아차 지분 5천억 원, 현대상선 지분 2500억 원 등이다.
또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 226만주(시가 3800억 원 추산), 현대상선 1천만주(1100억원), 포스코 130만주(3800억 원)를 갖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2300억 원 규모의 KCC 주식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최우선적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팔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차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점친다. 현대상선 지분의 경우 과거 현대차가 어려울 때 현대중공업이 대신 사준 것으로 다시 현대차에 넘길 수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권오갑 사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근본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비상장사의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호텔 등 비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다. 상장을 추진한다면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들의 실적부진에도 홀로 흑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추가로 지분매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로 이뤄져 있다.
KCC가 3천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 현대중공업 지분 3.2%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떻게 지분을 확보할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7.98% 가운데 일부를 KCC가 매입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데 도움이 된다.
KCC가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하면 보유지분에 6.25%에 이르게 된다. 정몽준 전 의원(10.15%), 현대미포조선(7.98%)에 이은 3대 주주인 국민연금(6.31%)과 지분율이 비슷해진다. 그런데 KCC가 현대미포조선의 보유 지분을 인수할 경우 2대주주를 놓고 국민연금과 다투게 된다.
KCC는 2003년 6월 현대중공업 8%(608만여주)를 1479억 원에 매입한 뒤 이 가운데 5% 가량을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구입가격보다 10배 넘는 가격으로 팔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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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진 KCC회장(왼쪽)과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