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7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성공적 정책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정규직 내 격차를 확대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예산과 정원의 한계 등으로 무기계약직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계속되는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의 기본방식은 기관의 선택에 맡겼다. 이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는 대부분 무기계약직 전환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노총과 노무법인 참터가 84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51.2%인 43곳이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통합과 무기계약직화를 변행하는 경우가 7곳으로 8.3%였고 정규직과 완전 통합하는 곳은 9곳으로 10.7%에 그쳤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실태조사 대상기관 대부분이 무기계약직 전환방식을 채택했고 소수 기관의 일부 직급·지종에 한해 정규직 편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별도 직군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통상적 전환방식으로 인정하면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했다.
유 노무사는 “무기계약직의 고용은 정년까지 보장되지만 임금·승진 등 노동조건은 정규직과 차별이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명확한 정책 집행절차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며 차별이 고착화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12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표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61.1% 수준에 그쳤다.
무기계약직의 58.8%는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사업장 내에 있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동일한 임금체계에 통합된 비율은 5.3%, 승진체계 통합은 1.2%, 직군체계 통합은 6.4%에 지나지 않았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임금, 복리후생, 노동강도 등 기간제 근로자와 유사한 불만족 수준을 나타냈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의 개선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중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돼버렸다”며 “당초 취지에 따라 전환정책이 진행되려면 무기계약직 개념 자체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일찍 무기계약직을 도입한 금융권 역시 시간이 지나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격차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2007년 비정규직 도입법 이후 금융권은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구분되는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금융권 무기계약직은 2차정규직 혹은 2등정규직 등으로 불리며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하는 직군이 됐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등 금융산업 2차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81.3%는 임금 수준에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인 50.4%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차별이 있다는 점을 불만족 이유로 꼽았고 20.8%는 근무년수 증가에 따른 임금인상이 미미하다는 점을 꼽았다. 상대적 차별에 따른 박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2차정규직의 71.4%는 상급자로부터, 69.6%는 동료로부터 직급간 인식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88.9%는 승진제도에, 82.6%는 급여에, 82.0%는 정규직 대우 취급에 불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무기계약직 도입에 앞장선 금융권은 무기계약직 탈출도 먼저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IBK기업은행이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사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방법과 처우개선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내년으로 논의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금융산업은 비정규직 문제가 시작된 곳으로 해결도 금융산업이 앞장서야 한다”며 “IBK기업은행의 무기계약직 전환 시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해 모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