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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 드라마 '미생' 포스터 |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CJE&M은 다시 한 번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 콘텐츠 제작능력을 보여줬다.
드라마 미생의 뿌리인 웹툰도 주목을 받고 있다. 포털 다음에 있는 미생 웹툰의 조회 수가 1억 건을 넘겼다.
만화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년 동안 90만 부 팔리더니 이제 한 달에 170만 부나 나간다. 방송 전보다 무려 15배나 판매량이 늘었다.
미생은 웹툰에서 시작해 웹드라마를 거쳐 케이블TV의 드라마로 진화를 거듭했다. 이런 진화를 하는데 불과 1년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웹툰은 PC온라인과 모바일시대 최고의 콘텐츠로 꼽힌다. 네이버나 다음은 그동안 가장 강력한 콘텐츠로 웹툰을 밀어왔다.
모바일에서 동영상 소비가 급증하면서 웹툰은 웹드라마로 진화하고 있다. 웹드라마는 모바일의 특성에 맞춰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드라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는 최근 들어 웹드라마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바일시대의 동영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웹드라마의 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교보문고 등이 홍보용으로 웹드라마를 만드는 데까지 넓어지고 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드라마의 특성상 제품홍보가 드라마 속에 포함돼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 CJE&M, 미생을 선택하다
미생이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꼽혀 오는 27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 창조경제 박람회’의 특별좌담회에 오른다.
미생 웹툰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와 CJE&M 이재문 PD는 '대중의 공감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부제: 99%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1%의 창의력)'을 주제로 열리는 좌담에 참석해 미생이 웹툰에서 출발해 웹드라마를 거쳐 드라마로 진화한 과정과 차별화 전략 등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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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한 tvN 본부장 |
윤태호 작가는 미생의 기획 의도, 웹툰을 연재하며 어려웠던 점, 웹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생각 등을 주로 말한다. 드라마 기획부터 참여한 이재문 PD는 드라마화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파생효과 등을 중심으로 미생을 분석한다.
지상파 방송들은 미생이 웹툰이라는 이유로 제작을 꺼린 반면 CJE&M은 오히려 제작을 반겼다.
미생의 판권 계약과정에서부터 제작까지 진행한 이재문 PD는 “지난해 겨울 내내 작가들과 최소 8~12시간씩 회의를 거치고 조연 캐스팅에만 300여 명의 오디션을 실시하는 등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CJE&M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 배경에 이미경 부회장의 콘텐츠에 대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CJE&M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영화 투자를 하기 전에 시나리오 초고까지 꼼꼼히 본다”며 “CJE&M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모두 빼놓지 않고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 미생이 인기를 얻은 비결
미생은 이미 웹툰으로, 웹드라마로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런데도 CJE&M에서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져 더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CJE&M은 드라마 미생을 원작보다 더 생생하고 현실적인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의 넓고 복잡한 시내 풍경을 담기 위해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촬영했던 장비를 사용했다.
연출 스태프들도 드라마와 영화 등 각 장르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됐다. 영화 ‘타짜’로 이번 대종상영화제 후보에 오른 김준석 음악감독을 포함한 영화계 전문 스태프들과 드라마 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댔다.
미생을 본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E&M 드라마사업본부의 박지영 제작국장은 “지상파의 전형성은 우리 기획회의에서 깨뜨려야 할 그 무엇”이라고 말한다.
CJE&M은 tvN 한 곳에만 드라마를 기획하고 재정까지 책임지는 ‘기획 프로듀서’가 35명이나 있다. 이들은 각자가 외주제작사 대표처럼 드라마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CJE&M은 의사결정 과정도 빠르다. 기획한 내용이 독특하고 새롭다면 불과 몇시간 만에 제작이 결정되기도 한다.
드라마 미생의 시청률은 5% 정도다. 그러나 시청자 몰입도를 나타내는 CPI(콘텐츠 파워 지수)는 3주 연속 미생이 1위를 차지한다. 미생은 뉴스구독 순위 3위, 검색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명한 tvN 본부장은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는 TV 앞을 떠나 모바일로 옮겨갔기 때문에 과거 시청률이 상징하는 의미가 줄었다”며 “특정 시청층을 공략한 독특한 방송 콘텐츠 제작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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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포스터 |
◆ 다음카카오, 웹드라마 효시 미생을 만들다
미생은 ‘미생 프리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웹드라마의 효시이기도 하다.
다음카카오는 웹툰 미생의 인기가 치솟자 이런 인기를 응용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웹툰 미생의 주요 장면을 뽑아 10분짜리 드라마 6개를 제작했다. 모바일시대의 소비자를 겨냥한 웹드라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웹드라마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동영상 콘텐츠 소비를 겨냥해 비교적 짤막한 구성으로 만든 드라마를 말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부담없이 시청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동영상플랫폼인 TV팟에서 미생 프리퀄을 필두로 웹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도 TV캐스트를 통해 삼성그룹이 제작한 ‘최고의 미래’ ‘연애세포’ ‘꿈꾸는 사장님’ 등의 웹드라마를 계속 내놓고 있다.
웹드라마의 확대는 동영상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광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시청자 중 71%가 TV로, 25%가 스마트폰으로, 4%가 PC로 방송을 시청했다. 웹드라마는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지난 8월 웹드라마 시청경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5%가 적절한 가격이라면 웹드라마를 유료로 시청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웹드라마는 이미 삼성전자 교보생명 등 대기업들의 기업 홍보용으로도 활용된다. 드라마 도중 노출되는 PPL광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젊은층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야기를 앞세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만들어진 웹드라마 5부작 ‘무한동력’에 이어 ‘최고의 미래’를 삼성그룹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가수 지망생인 남자주인공이 삼성 신입사원인 여자 주인공과 우연히 한 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웹드라마는 왜 주목 받나
웹드라마가 ‘제2의 한국형 모바일 컨텐츠’로 웹툰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웹드라마는 한 가지에 집중된 주제를 다루되 표현방식에 제한을 받지 않아 지상파 드라마보다 더 큰 흥미를 유발한다.
방송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웹드라마는 TV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앞으로 웹드라마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라고 말했다.
이는 LTE 보급의 확대로 빠른 속도로 부담없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 196만 명이던 LTE 가입자는 올해 3천만 명을 돌파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동영상을 보는 데 대한 부담을 없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월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올해 4월 기준으로 9만172TB(테라바이트)다. 2009년에 비해 200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변화 덕분에 이용자들은 드라마 '다시보기'와 '몰아보기'를 할 수 있게 됐다. TV 앞에서 정시에 콘텐츠를 봐야 할 필요성이 점차 사라졌다. 제작진들은 아예 10~20회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미리 만들어 인터넷에 내보내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과거 스마트폰 대중화로 출판만화가 웹툰으로 대체됐다면 LTE 대중화는 티비 드라마를 웹드라마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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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 작가 윤태호와 주연 임시완 |
◆ 미생 작가 윤태호는 누구인가
“미생 본방을 놓쳐 돈내고 봤다.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재조립하고 추가 이야기를 넣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상상이 잘 안 된다. 언젠가 강연 나갔을 때 창작의 비밀을 들으려 했던 수강생이 된 기분이었다.”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 미생을 놓고 만족한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윤 작가는 미생 웹툰을 통해 현실과 가까운 세밀한 직장생활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직장인은 물론이고 만화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조차 독자층으로 삼아 웹툰을 만들었다고 한다.
윤 작가는 “만화를 가까이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하고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미생은 그저 가볍게 웃고 즐기기 위한 웹툰이 아니라 대중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발전하게 됐다.
윤 작가는 과장 부장 중 어떤 직급이 높은지도 모를 정도로 조직생활 경험이 없었다. 그는 “남을 부려보고 상사에게 핍박 받아본 경험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취재만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철저한 취재를 통해 오히려 객관적으로 직장인의 삶을 분석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수많은 대기업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뒤 현실적인 직장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윤 작가는 1993년 ‘비상착륙’으로 만화계에 발을 들였다. 대표작으로 만화 ‘로망스’ 웹툰 ‘이끼’와 ‘미생’ 등이 있다. 서울에서 노숙생활을 하다가 스승인 허영만씨를 만나게 됐다.
윤 작가는 2010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2년 국방부 웹툰공모전 심사위원도 맡았다. 2012년부터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대우교수로 재직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