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2-18 1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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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집중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권 부회장은 18일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플러스’를 선보이며 “네이버와 올해 5월부터 인공지능 스피커와 관련된 협력을 진행했다”며 “우리도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은 국내에서 네이버를 따라갈 데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출시한 프렌즈플러스에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만이 탑재됐다.
당초에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도 결합될 것으로 관측됐다. LG유플러스는 9월 자체 플랫폼을 일본 인공지능 로봇 ‘페퍼’에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B2B(기업간거래)가 아닌 B2C(기업대개인)에서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봤다. 이미 SK텔레콤과 KT, 카카오 등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진입하기에 늦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자체 인공기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대신 국내 최대 포털을 통해 방대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보유한 네이버와 손잡았다.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매년 인공지능 연구개발에만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기술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권 부회장은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은 네이버에게 맡기고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신회사는 제품 판매가 아닌 서비스에서 수익을 얻는 만큼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TV(IPTV)나 사물인터넷(IoT) 신규가입자에게 인공지능 스피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용자를 늘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후발주자이지만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경쟁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IPTV와 사물인터넷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정용사물인터넷에서 국내 점유율 71%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IPTV 가입자 증가율은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다.
권 부회장은 이날 “4차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사업은 결국 전형적 ‘부익부빈익빈’ 사업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최근 가정용사물인터넷에서 성과를 보여 주니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경쟁사보다 LG유플러스를 찾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인공지능사업에서 협력하는 기업을 계속 늘려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사업은 다른 상품과 결합해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LG생활건강, GS리테일과 제휴를 맺고 인공지능 서비스에 쇼핑기능을 더했는데 제휴회사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와 협력도 기대된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LG전자의 가전제품과 연동이 돼 스마트홈의 허브역할을 하게 된다. LG유플러스와 LG전자는 모두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클로바를 활용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LG전자 네이버 연합전선을 바탕으로 콘텐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해 아직 초기단계인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권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인공지능분야도 언제든지 좋은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쟁사보다 준비가 늦었지만 네이버, LG전자 등과 협업하는 등 사업전략을 잘 짜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