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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0일 오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글로벌분과 확대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
앞으로 은행과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가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사외이사들의 다른 회사 사외이사 겸직도 금지된다. 교수나 공무원이 사외이사로 들어가기도 어렵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오전 신제윤 위원장 주재로 금융발전심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정했다.
이 모범규준은 입법예고를 거쳐 12월10일부터 시행된다. 이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앞으로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대규모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 사외이사 다양성 강화
모범규준은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성에 다양성의 원칙을 적용할 것을 뼈대로 한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권력화'를 막기 위해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5년 이상 할 수 없다. 다만 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 사외이사의 경우 지금과 마찬가지로 3년의 임기가 유지된다.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겸직도 금지된다. 금융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겸직할 수 있는 사외이사직 또는 비상임이사직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는 금융, 경영, 회계 등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직무수행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을 자격요건으로 했다. 금융사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운용하고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 위험관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 금융, 회계, 재무분야 경험자를 1명 이상씩 포함하도록 했다.
그동안 은행과 금융지주의 사외사는 교수나 공무원 출신이 60%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런 독점구조가 상당히 깨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CEO와 가까운 인사가 사외이사가 되고 사외이사가 특정한 배경이나 비슷한 직업군으로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해 주주 등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사외이사에 대한 감시 강화
사외이사에 대한 추천과 평가방식도 바뀐다.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자기 추천'이 금지된다. 상호 추천의 경우에도 후보 추천자와 관계, 추천사유를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외이사의 선임 사유, 주요 활동내역, 개인별 보수내역, 평가결과 등도 공시하게 된다.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지배구조, 대주주·임원과 금융회사 이해상충 감독, CEO 승계,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제도 등이 추가로 명시됐다.
이사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상시운용하며 CEO와 임원의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이사회 추천 등을 수행해야 한다.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중심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CEO 승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는 연 1회 이상 CEO 승계 계획 등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헤드헌터 등의 추천을 받아 적극적으로 후보를 발굴해 CEO 후보군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 모범규준은 전체 465개 금융사 가운데 11개 금융지주, 18개 은행, 33개 금융투자사 및 자산운용사, 32개 보험사 등 118곳에 적용된다. 2016년 적용대상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 사외이사 대대적 물갈이 예고
이번 모범규준 마련으로 금융사 사외이사 체제가 앞으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제도는 그동안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 KB금융사태에서 사외이사들은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 사외이사 무용론도 제기됐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을 비롯해 옛 우리금융 등 이른바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교수와 연구원이 50%, 공무원이 12.5%, 법조인이 9.4%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구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가 뽑은 회장이 다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공생관계가 이뤄지면서 견제와 균형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앞으로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사외이사의 선발과 이사회 운영에서 투명성이 강화되고 전문성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 사외이사 평가나 연임요건 등이 자의적이어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외이사 인선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오히려 넓어져 또 다른 관치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