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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크리스마스 씰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
공공기관이 크리스마스 씰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된다.
크리스마스 씰 판매의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크리스마스 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크리스마스 씰 수익금을 활용한 한국결핵협회의 결핵퇴치사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각 기관과 공공단체의 크리스마스 씰 모금 협조 의무규정 폐지를 담은 ‘결핵예방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일이 사라진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2004년 64억 원에서 2013년 39억 원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 의무모금이 없어지면 사실상 크리스마스 씰 사업은 지속되기 어려워 진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씰 판매에서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87.2%였다. 전체 모금액중 54.4%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질 정도로 의무모금 비중이 높았다.
크리스마스 씰은 1904년 덴마크에서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 1932년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 홀의 소개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크리스마스 씰은 국가주도의 성금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은 도안이 수려해 수집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60주년을 맞아 역대 베스트 10 도안을 재구성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올해는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20종을 테마로 한 씰을 발매했다. 올해 씰은 제42차 항결핵 세계총회 크리스마스 씰 컨테스트에서 2위를 차지해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공기관 의무모금 폐지로 앞으로 크리스마스 씰 사업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동시에 결핵협회의 결핵퇴치 사업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진국형 질병’이라는 결핵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34개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결핵 발생률은 108명, 사망률은 5.4명이다. OECD평균 발생률 13.4명, 사망률 0.8명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가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결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격리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결핵협회는 결핵 예방과 퇴치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결핵협회 예산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크리스마스 씰의 의무모금 협조를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결핵협회는 “아직 결핵 퇴치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며 “정부 조치로 크리스마스 씰 사업이 퇴색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비자발적 모금으로 결핵퇴치 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가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강제 모금보다 국비지원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5년간 국가결핵예방사업에 1714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결핵 발병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