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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렌타인 호프만 |
“러버덕은 늘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갑자기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 이번에 못 만나신 분들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띄워졌던 대형 고무오리 인형 ‘러버덕’이 숱한 화제를 뒤로 하고 14일 작별한다.
러버덕 프로젝트의 공식 페이스북에 14일 “러버덕 프로젝트 마지막 날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와 떠나는 아쉬움을 전했다.
러버덕은 이 글에서 “현재 러버덕은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와 강한 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마지막 날 방문하시는 분들은 각별히 옷차림에 신경써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러버덕은 13일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수년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의 방문이 많이 늘고 있다”며 “마지막 날 방문해서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해 위로를 받고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러버덕은 지난달 14일 석촌호수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러버덕은 네덜란드 출신 설치미술 작가 프롤렌타인 호프만이 제작했다. 2007년부터 프랑스 생나제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홍콩 등 전 세계 16개국을 돌며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국내에서 제2롯데월드의 롯데월드몰 개장에 맞춰 등장해 480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버덕은 전시가 끝난 뒤 경기도 파주의 한 창고로 옮겨져 3개월 동안 보관된다. 다음 전시장소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산업폐기물로 처리된다.
러버덕은 그 인기만큼이나 숱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전시 첫날 송풍기 고장으로 바람이 빠져 기우뚱하기도 했는데 이 모습이 SNS 등을 통해 ‘시차적응 중’, ‘덕무룩(시무룩한 러버덕)’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러버덕 설치의 경제효과도 상당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송파구청과 함께 설치를 주도했던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개장을 앞두고 안전과 교통문제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으나 러버덕이 화제를 모으는 바람에 논란의 상당부분이 희석되는 효과를 누렸다.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13일까지 누적 360만 명, 하루 평균 11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데 러버덕의 인기가 한몫했다.
러버덕 인형이 1만 개가 판매되는 등 기념품 판매 수익도 6억 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뿐 아니라 러버덕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기업들도 특수를 누렸다. 소주, 호빵, 마스카라, 음료, 의류, 한의원 등 패러디 광고가 쏟아져 나왔다. 가수 아이유와 윤하 등 연예인들도 러버덕 인증샷을 올려 러버덕 인기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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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이 '러버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러버덕의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지나친 상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애초 호프만은 “러버덕 캠페인을 통해 재난과 사고로 실의에 빠진 한국 국민들이 기쁨과 희망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의 기회를 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대기업인 롯데그룹의 설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도 세월호 사고 직후 위로 편지를 보내온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러버덕이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끌자 인증샷 촬영시 할인 등 러버덕을 이용한 대대적 마케팅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롯데그룹은 러버덕의 연장 전시를 요청했으나 호프만은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프만은 “롯데그룹은 러버덕을 통해 얻는 게 있겠지만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작업했다”며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날은 제 생일이기도 하다”며 안타까움 속에 기쁨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