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등 주력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기업과 손잡고 직접 부품기술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부품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애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로 진입을 노리는 삼성전자와 카메라 협력사로 굳건히 자리잡은 LG이노텍 등 한국 부품업체도 이런 변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의 대량 양산기술 개발을 놓고 대만 반도체기업 TSMC와 협력하고 있다.
애플은 2014년 마이크로LED 전문업체를 인수한 뒤 대만에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고 홍하이그룹 등 협력사와 힘을 합쳐 상용화를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은 마이크로LED 초기 기술개발을 모두 마무리해 연구개발의 중심을 옮긴 것”이라며 “올레드패널을 대체할 기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LED는 아이폰X 등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올레드의 유연성과 전력효율 등 장점을 모두 갖추면서 명암비와 화질, 응답속도 등은 더 우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공급업체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직접 협력사와 마이크로LED 패널을 개발한 뒤 향후 출시되는 아이폰에 탑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부품업체와 협력으로 직접 기술개발에 나선 분야는 디스플레이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폰X에 탑재된 프로세서 ‘A11바이오닉’에는 TSMC가 애플과 기술협력으로 개발한 반도체 패키징기술이 적용돼 크기는 줄어들고 전력효율과 성능은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과 5G 통신반도체 개발에도 직접 나서며 기존 통신칩 주요공급사였던 퀄컴과 완전히 거래를 끊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LG이노텍과 샤프가 아이폰X에 처음 공급을 시작한 얼굴인식용 3D센서도 애플과 개발단계부터 꾸준한 기술협력을 통해 상용화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전부터 가격협상에 우위를 확보하려고 LCD패널과 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다수의 부품공급업체를 두고 경쟁을 붙이는 방식으로 부품을 받아왔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아이폰의 기술력 차별화가 더 중요해지자 경쟁업체보다 앞선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부품업체와 직접 협력해 핵심기술의 개발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애플은 고가 스마트폰 부품의 최대고객사로 자리잡아 부품업체의 실적과 업계 전반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일부 부품업체는 애플의 공급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생존마저 결정할 정도다.
애플이 부품회사를 더 까다롭게 선별해 기술개발 단계부터 협력을 강화하는 만큼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략적 협력사인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업체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부터 TSMC에 밀려 모바일프로세서(AP) 위탁생산 수주에 실패하자 공급업체로 재진입을 노려 기술발전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이미 TSMC와 협력분야를 반도체패키징 기술에서 디스플레이까지 확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다시 위탁생산업체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애플 아이폰X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과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등 부품. |
애플과 TSMC가 마이크로LED 기술개발과 양산에도 실제 성과를 낸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패널업체도 부품공급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반면 LG이노텍의 경우 아이폰의 듀얼카메라, 3D카메라 등 새 핵심부품의 전략적 협력사로 애플과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카메라기술이 발전할수록 협력도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LG화학도 애플의 새 아이폰 설계에 맞춘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해 독점공급하는 핵심부품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LG화학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X이 높은 가격에도 초반부터 흥행을 보이며 고가부품 탑재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부품업체의 실적에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더 확대될 공산이 있다.
블룸버그는 “고성능 부품의 가격부담이 커지며 삼성전자와 같이 스마트폰 부품을 직접 개발해 탑재하는 제조사들이 갈수록 유리한 입장에 놓이고 있다”며 “애플이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품전략을 고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