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을 앞두고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CJE&M이라는 든든한 모회사를 등에 업은 국내 1위 드라마제작사인 데다 때마침 중국에서 불어온 한중관계 개선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4일 상장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청약증거금이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6조7천억 원을 보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일반청약은 경쟁률 320 대 1로 마감됐다. 일반 투자자에 배정된 물량(120만 주)에 3억8413만여 주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번 청약에 몰린 증거금은 5월 상장한 넷마블게임즈의 7조7650억 원 다음으로 많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5월 CJE&M의 드라마사업부가 분할돼 설립된 국내 1위 드라마제작사다. ‘미생’과 ‘시그널’, ‘도깨비’ 등 시청률뿐만 아니라 드라마 안팎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국내 드라마시장에서 점유율 20~25%를 차지하고 있다.
분할 이후 지난해 매출 1544억 원, 영업이익 166억 원을 거뒀고 올해 들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보다 많은 2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매출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1374억 원을 거뒀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6.6%에 이른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가장 큰 강점으로 콘텐츠 제작능력이 꼽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자회사로 KPJ,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를 두고 있다.
KPJ에 ‘대장금’과 ‘선덕여왕’, ‘뿌리깊은나무’, ‘육룡이나르샤’ 등을 집필한 김영현 작가와 박상연 작가가 소속돼 있다. 화앤담픽쳐스에는 ‘태양의후예’와 ‘상속자들’, ‘신사의품격’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문화창고에는 ‘별에서온그대’와 ‘프로듀사’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소속돼 있다.
사극에 강한 작가와 로맨스 작품을 주로 쓰는 작가가 모두 소속돼 있어 다양한 장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할 때 작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가진을 갖춘 것만으로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에 올라설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각본과 연출, 기획분야에서 핵심인력만 130명 이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많아야 1년에 2~3편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다른 드라마제작사와 달리 1년에 20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지금까지 22편의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2020년에는 40편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 도깨비의 이응복 감독 등도 스튜디오드래곤 소속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드라마제작사와 가장 큰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이를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판매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상반기 매출을 살펴보면 드라마 편성 34.3%, 드라마 판매 45.8%, 기타 19.9%로 구성됐다.
반면 중소 제작사는 드라마의 저작권을 방송사에 넘긴 뒤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편성매출에 의존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 드라마 '미생' 포스터.
모회사 CJE&M이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CJE&M은 tvN, OCN을 비롯해 17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CJE&M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스튜디오드래곤 전체 매출에서 CJE&M에서 나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5.8%, 올해 상반기 38.2%에 이르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9월 지상파에 처음 진출한 뒤 꾸준히 지상파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는 등 CJE&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KBS2 ‘공항가는길’과 MBC ‘캐리어를 끄는여자’를 통해 지상파에 진출했고 그 뒤 박지은 작가와 배우 전지현씨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SBS ‘푸른바다의전설’도 선보였다.
현재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2 '황금빛 내 인생'도 스튜디오드래곤 작품이다.
앞으로 사드보복이 완화되면 중국으로 드라마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스튜디오드래곤을 두고 열기가 뜨거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16년 11월 이후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해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 등 한류에 강한 작가진을 갖추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최근 한중관계 개선으로 중국에서 성장이 기대될 뿐 아니라 아시아와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현지화 강화, 글로벌 제작사와 공동제작, 유통채널 확대 등을 통해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