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매각을 놓고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가운데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지분인수와 미래 투자계획에서 웨스턴디지털의 대응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만큼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왼쪽)와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6일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법정공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하지만 협력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은 아직 유효하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시장의 강력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도시바와 설립한 반도체 합작법인을 지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가 반도체사업을 계획대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등의 컨소시엄에 매각할 경우 합작법인의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계속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합작법 계약조건에 따라 동의없이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수 없다며 미국법원 등에 매각중단조치를 요청해 놓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웨스턴디지털의 낸드플래시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도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베인캐피털 측은 닛케이를 통해 웨스턴디지털과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밀리건 CEO도 “도시바와 반도체사업 인수자들이 입장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인수자들과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낼 만한 여지도 남겨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웨스턴디지털과 구체적 도시바 반도체 인수조건을 놓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을 일부 확보해 다양한 협력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만큼 웨스턴디지털의 법적 대응이 인수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도시바가 새로 짓고 있는 낸드플래시공장에 웨스턴디지털이 공동투자를 거부하고 등을 돌릴 경우 SK하이닉스가 자리를 대신해 도시바와 함께 생산투자를 벌일 가능성도 나온다.
도시바의 기존 생산공장은 모두 웨스턴디지털과 공동투자로 운영돼 규정상 외부업체의 투자참여가 불가능했지만 신규공장에는 도시바가 다른 업체와 협력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협력이 와해 조짐을 보이며 신규공장 투자계획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도시바는 투자확대가 다급한 상황이라 자금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에 11월까지 신규공장 투자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의 대응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 참여와 공동투자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