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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모습. |
인천시와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카지노’ 설립을 추진하면서 찬반논란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한 쪽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강조하고 다른 쪽은 도박중독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반박한다.
◆ 지자체에 부는 오픈카지노 설립 바람
부산에서 대규모 해외자본을 유치해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8월 세계적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카지노그룹인 샌즈그룹은 허남식 전 시장 때부터 부산에 오픈카지노 도입을 전제로 여러 차례 투자할 뜻을 밝혔다. 서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를 유치할 뜻을 밝혔다.
서 시장이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침체에 빠진 부산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오픈카지노를 열 뜻을 밝혔다. 배국환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지난 8월 “오픈카지노와 관련한 논란이 있지만 인천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오픈카지노가 들어서면 인천의 관광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셸든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방한해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덜슨 회장은 서울시가 보유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샌즈그룹은 대규모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오픈카지노 개설을 요구했다. 대형 복합리조트의 수익원 확보를 위해 오픈카지노를 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고 부정적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 카지노 출입허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 매출보다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많다
오픈카지노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좋지 않다.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고 경제효과가 확실하다고 카지노를 유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카지노는 도박중독 등 부작용이 많은 탓이다.
오픈카지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픈카지노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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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 부산시장 |
특히 인천 영종도나 부산 등 접근성이 높은 대도시에 오픈카지노가 만들어진다면 강원랜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리고 수많은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유일의 오픈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했지만 연간 매출이 1조3천억 원대에 이른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에 있는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과 같은 규모다.
강원랜드만 해도 그동안 도박중독 등으로 수많은 자살자가 양산되는 등 그 폐해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12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은 7.2%로 선진국의 3배의 규모다. 약 250만 명이 도박에 빠져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행산업 이용객의 경우 도박중독 유병률이 무려 41%로 나와 사행산업 이용자 절반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회경제적 손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의 사행산업만으로도 연간 78조 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추가로 오픈카지노가 허용되면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손실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2009년 기준으로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전체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는 16조5337억 원이지만 도박중독이 낳은 사회경제적 비용은 78조2358억 원으로 사행산업시장의 4.7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전 교수는 “2050년에 사회적 비용이 무려 361조 원이 돼 국내총생산의 10%에 이를 것”이라며 “내국인이 카지노를 출입하면 이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 불법도박 흡수할 수 있다
오픈카지노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마카오, 필리핀 등 동남아로 카지노를 하러 떠나는 한국인들의 수요를 국내로 돌려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 불법도박 수요를 흡수해 양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
불법도박의 규모는 연간 40조~50조 원으로 추정된다. 또 해외 카지노를 찾는 한국인도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른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로 이런 수요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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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셸든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 |
법망을 피해 비밀스럽게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사설’로 불리는 불법카지노는 서울에 90~100곳, 강남지역에만 30~40곳 가량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불법도박시장이 각종 범죄와 탈세의 온상이 되는 만큼 카지노를 통해 이를 합법시장 안으로 흡수하고 불법도박은 훨씬 더 엄격하게 단속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되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갖추면 생각하는 만큼의 사회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가령 고액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신용불량자, 생계곤란자, 가족이나 제3의 요청에 의한 출입금지 등 블랙리스트를 제도를 적용하는 싱가포르의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내국인의 출입자격, 출입회수, 도박금액 등에 일정한 제한을 두면 생각만큼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카지노 운영을 허용하며 내국인 출입을 금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 북한, 베트남뿐이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는 탄광지역 특별법으로 건립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