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패션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사드보복까지 겹지면서 중국은 한국 패션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패션기업들이 사드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랜드는 그동안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상반기 의념(여성복), 의련(남성복), 위시(아동복) 등 3개 중국법인의 매출이 모두 급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역시 상반기에 순손실 43억 원을 봤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3630㎡(1100평)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며 중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에잇세컨즈가 기획 단계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했던 브랜드인 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초반에 지드래곤 등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제대로 사업을 펼쳐보기도 전에 사드보복이라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의 중국 추가출점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사드보복이 불거지기 전에도 국내 패션기업은 중국에서 고전해왔다.
패션그룹형지는 최근 중국에서 운영하던 남성복 매장을 모두 접었다. 2014년 5월 중국 쑤저우 태화백화점에 본지플로어 1호점을 연 뒤 3년 만에 현지에서 남성복사업을 철수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여성복사업도 정리했다. 패션그룹형지는 2006년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로 중국시장에 진출했고 그 뒤 ‘샤트렌’을 추가로 선보였다. 한때 매장이 30여 곳까지 늘었으나 부진이 이어지면서 2년여 뒤 철수를 결정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전략을 수정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회적 방식을 선택했다.
LF는 프랑스 라푸마그룹과 중국 합작법인 ‘라푸마차이나’를 세우고 2010년 중국의 아웃도어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현지화 실패가 꼽힌다. 중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조금 더 세심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패션기업인 이랜드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옷 원단부터 매장 이미지까지 모든 것을 중국에 맞춰 과감하게 바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화장품의 경우 화장품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며 회사의 핵심임원을 보내는 등 현지화에 주력했다"며 "반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중국을 한국상품의 재고를 처리하는 시장 정도로 여겼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패션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사업의 중점을 디자인보다 제조에 뒀는데 그러다 보니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중국은 30개 성마다 체형과 선호하는 색상 등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