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맡고 있는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이 다시 한번 신임을 받을까?
27일 지주사 LG에 따르면 LG그룹은 30일부터 보름 동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연말 업적보고회를 열고 이를 토대로 11월 말 연말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LG전자의 경우 가전과 TV사업 등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유독 스마트폰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의 거취가 주목받는다.
조 사장은 2015년부터 LG전자 MC사업본부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모듈폰 ‘G5’ 부진에 이어 올해도 ‘G6’와 ‘V30’ 등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10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제품 기술력보다 브랜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면서 ‘마케팅 전문가’인 조 사장이 내년에도 스마트폰사업을 계속 이끌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LG전자는 올해 내놓은 ‘G6’와 ‘V30’ 등이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높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판매량은 예상보다 부진했는데 그 요인으로 브랜드가치가 경쟁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스마트폰사업의 실적반등을 위해 앞으로도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리는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는 셈이다.
윤부현 LG전자 MC사업본부 기획관리담당 전무도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의 제품력은 충분히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전략가’로 평가된다. 2004년 LG전자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을 맡아 휴대폰사업 실적을 크게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워 LG그룹 내 최연소 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북미법인장을 맡을 당시 LG전자의 대표작인 ‘초콜릿폰’을 출시 전부터 뉴욕 맨해튼의 소호 등을 중심으로 티저 광고를 선보이며 흥행으로 이끌었다. 초콜릿폰은 북미에서 300만 대가 넘는 판매기록을 세웠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1천만 대가량 팔렸다.
'인화경영'을 앞세우는 LG그룹은 ‘신상필벌’을 내세우는 삼성전자와 달리 개인적 과오를 범하지 않는 한 단기적 실적을 놓고 수장의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편으로 알려졌다. 시간을 충분히 주고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지난해에도 야심작인 ‘G5’가 낮은 수율 등으로 흥행에 크게 실패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자리를 지켰다.
조 사장이 회장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면서 LG그룹의 미래 경영전략을 세우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구본무 LG 회장의 신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도 신임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근거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 관련해서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스마트폰사업 부진이 꼭 수장의 책임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조 사장이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한 지 3년이 다 돼가는 데다 스마트폰사업의 적자규모가 더욱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교체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은 보통 임원들에게 임기 3년은 보장하는 기조를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올해 4분기에도 1천억 원가량 적자를 낸다면 2015년 2분기부터 누적적자는 2조 원가량에 이르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