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OCI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OCI그룹에서 3세경영체제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우현 사장이 경영승계를 굳히면서 고 이 회장의 사촌이 경영하는 유니온의 경우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유니온 관계자는 26일 “보유하고 있던 OCI 지분을 판 것은 쌍용머티리얼을 인수하면서 생긴 단기차입금을 갚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OCI 지분을 더 매각할지, 계열분리를 진행할지 등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니온은 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사촌인 이건영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시멘트 및 건자재회사다.
유니온은 OCI 지분을 93만 주 정도 보유하고 있어 OCI그룹 계열사에 속하는데 19일 OCI 지분 1.26%를 약 300억 원에 팔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OCI 지분 가운데 3분의 1을 매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니온이 보유하고 있는 OCI 주식은 2.64% 정도인 60만 주 규모로 줄었다.
유니온은 OCI의 지분을 팔아 마련한 돈을 쌍용머티리얼 인수에 따른 단기차입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유니온은 쌍용머티리얼을 인수하는 데 약 800억 원을 썼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증권사에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빌렸다. 이 때문에 유니온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1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860억 원 정도로 불어났다.
하지만 OCI 지분매각을 단순히 차입금을 갚기 위한 자금조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유니온이 OCI의 지분을 판 돈으로 이건영 회장의 아들인 이우선 전무에게 힘을 더 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유니온이 3세경영체제를 강화하면서 OCI와 계열분리 수순을 밟으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니온이 올해 초 인수를 완료한 쌍용머티리얼은 이우선 유니온 전무가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회사다. 유니온의 경영권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승계의 주춧돌로 불린다.
이우선 전무는 이우현 사장과 육촌 사이로 올해 3월 쌍용머티리얼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기존 쌍용머티리얼 대표이사인 김진영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했다.
유니온이 OCI 주식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2010년대 초에도 지분을 팔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이 지분의 상당부문을 매각했다는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 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왼쪽), 이건영 유니온 회장. |
유니온과 OCI그룹의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였던 고 이수영 회장마저 세상을 떠난 만큼 3세경영의 본격화와 함께 계열분리도 진행될 수 있어 보인다.
고 이수영 회장의 누이인 이숙희 씨와 자녀인 이우현 사장, 이우정 넥솔론 사장, 이지현 씨 등은 이미 2010년 경에 보유하고 있던 유니온 지분 12% 정도를 팔았다. 유니온이 OCI 지분을 매각하고 나면 이 두 회사의 연결고리는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유니온과 OCI는 경영과 관련해서도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서 사실상 단순 관계사 정도의 사이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LG그룹 등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경영권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면서 여러 그룹으로 쪼개지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그룹도 2세에서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삼성과 CJ, 한솔 등으로 나뉘었고 현대그룹과 LG그룹도 과정은 달랐지만 사실상의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이 쪼개졌다. OCI그룹도 3세 경영체제와 함께 계열분리를 진행하는 대기업그룹 행렬에 동참할 수도 있다.
OCI 관계자는 “고 이수영 회장이 별세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승계나 계열분리를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