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16년 7월20일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양평군 선영에서 헌화하고 묵념한 뒤 묘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
고인이 된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만도만은 다시 찾아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그만큼 자동차부품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아들 정몽원 회장은 그 유언을 지켜 만도를 되찾았다. 그리고 이제 5년 만에 만도 경영에 복귀해 새로운 도약을 진두지휘한다.
26일 만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2년 10월 만도의 경영진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에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한라그룹은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정 회장이 직접 만도의 경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한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어느 정도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고 이번에는 만도 경영에 전념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라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순손실이 1조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DP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231억 원을 냈다.
정 회장이 한라 정상화에 온힘을 쏟는 동안 만도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한라그룹에서 만도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한라그룹의 두 축은 한라와 자동차부품회사 만도다. 만도는 지난해 한라그룹 전체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70% 정도를 담당했다.
만도는 정 회장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버지 정인영 명예회장은 1962년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창업해 중공업회사로 키웠다. 하지만 신군부 시절인 1980년 중공업을 정부에서 관리하면서 현대양행 창원기계공장을 뺏겼다.
정 명예회장은 그해 안양공장을 만도기계로 바꿔 자동차부품회사로 다시 일궜다. 만도라는 이름은 ‘전 세계 1만여 도시로 뻗어간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만도는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해외 투자기업에 넘어갔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노환으로 숨질 때 유언으로 “만도만은 다시 찾으라”고 할 정도로 만도에 애착을 보였다.
정몽원 회장은 그 뜻을 이어 받아 2008년 만도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나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만도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울 때가 왔다고 보는 것 같다.
만도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부문을 선도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 회장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다.
당장 만도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완성차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만도 관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고급차 위주로 자동차조향시스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어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만도 매출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진이 지속된다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해외로 매출처를 다각화하고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부품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만도는 그동안 미국 실리콘벨리에 연구소를 세우는 등 차세대 자동차부품 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정 회장이 만도의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