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누려왔던 ‘스포츠 대통령’의 자리를 그의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과연 물려받을 수 있을까?
이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소치 올림픽단장을 맡는 등 스포츠분야 활동을 넓히면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승계 1순위’로 떠올랐으나, 안현수 귀화 파문으로 빙상연맹에 대한 문화체육부와 감사원의 대대적 감사가 예고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 사장은 평창 올림픽 유치를 결정한 2011년 7월 더반에서 열렸던 IOC 총회 내내 이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스포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이 김 사장을 IOC 위원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IOC 위원은 IOC 위원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인맥을 넓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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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이건희 회장과 김재열 사장(2011년 7월 남아공 더반) |
김 사장은 2011년 3월부터 빙상연맹 회장에 올랐고, 2012년 2월부터는 대한체육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김 사장이 이번에 소치 올림픽단장을 맡게 된 것도 그의 스포츠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은 지난 20년 동안 스키협회 회장과 빙상연맹 회장이 번갈아 맡아왔다. 이번에는 스키협회 차례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빙상연맹 회장이던 김 사장이 단장으로 선임됐다. 그러자 스키협회 회장이었던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이 이에 불만을 나타내며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치올림픽 기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이끌고 다양한 활동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스포츠분야에서 김 사장의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인식됐다.
하지만 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빙상연맹의 파벌논란과 안현수 귀화가 국제적 논란이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빙상연맹을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적부진으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피겨팬들은 김 사장이 차기 IOC 위원을 노려 김연아 선수의 편파판정에 제소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린다는 얘기도 풀어놓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사장은 소치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에서 “연맹 회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고, (연맹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하겠다"면서 "국가대표 선발 문제도 다시 한 번 제도 개선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 임기는 2022년에 끝난다. 이 회장은 1996년 개인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됐다. 개인자격 IOC 위원의 수는 한 국가에 1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현재 72세인 이건희 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202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IOC위원 한 명이 나올 수 있게 된다. IOC 총회에서 출석 IOC 위원의 과반수 득표를 얻으면 위원이 된다.
이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작업이 이미 전개되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들이 스포츠협회를 후원하고 스포츠단체장을 맡고 있는 이유도 IOC 위원을 위한 초석 다지기로 여겨진다. 대한체육회 산하 58개 가맹 경기단체 중 32개 단체의 수장이 기업의 CEO다.
재계 인사들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한때 IOC 위원 자리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대한레슬링협회장을 역임했고 이후 IOC 위원에 선출됐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남편이다. 또한 동아일보 창업자인 인촌 김성수의 증손자이며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지낸 김병관의 차남이다. 형인 김재호는 현재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 겸 채널A 회장이다. 차기 IOC 위원을 노리는 다른 재벌 총수와 면면을 견주어도 부족할 것이 없는 조건이다.
IOC 위원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명예와 특권을 얻는다. 100여 명 남짓한 IOC 위원들의 투표에 따라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다. IOC 위원이 묵는 호텔에는 관례적으로 그 나라 국기가 게양되며 출입국시에는 비자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단순한 부자가 아닌 국제사회의 상류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IOC 위원 중에는 왕족이나 귀족들도 다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