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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왼쪽)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
LG전자와 구글이 서로 특허를 공유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 동안 출원할 특허까지도 함께 쓰기로 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안드로이드 제국의 주인’인 구글과 동맹관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웨어러블 기기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구글이 보유한 다양한 미래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 LG전자, 구글과 10년 동안 특허공유
LG전자는 구글과 최근 광범위한 사업 및 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 부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혁신적 제품 및 기술개발에서 양사의 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삶을 바꾸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로 구글 특허담당 고문은 “LG전자와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하게 돼 기쁘다”며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고객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와 구글은 기존 특허는 물론 10년 뒤인 2023년까지 출원하는 특허까지도 포괄적으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 1월 구글과 기존 특허 및 향후 10년 동안 출원하는 특허를 모두 공유하는 비슷한 내용을 계약을 맺었다.
LG전자는 구글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온 덕분에 이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06년 휴대폰에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기로 구글과 계약을 맺으면서 협력을 시작했다. LG전자는 2012년과 지난해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4’와 ‘넥서스5’ 제작을 맡았다.
지난 6월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를 가장 먼저 탑재한 스마트 손목시계인 ‘LG G워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선보인 원형 스마트 손목시계 ‘LG G워치R’에도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했다.
◆ LG전자와 구글은 무엇을 얻나
LG전자와 구글의 특허동맹으로 가장 먼저 기대되는 효과는 소모적 특허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게 된 점이다.
2009년 노키아가 애플에 제기한 소송과 2011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전 등은 모두 별다른 실익없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결과를 낳았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구글의 특허공유 계약 체결에서도 이러한 점이 고려됐다. 당시 삼성전자와 구글은 “특허공유를 통해 잠재적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구글과 특허를 공유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데이터 처리 등 모바일 관련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구글의 미국 내 특허 건수는 1851건으로 1947건을 기록한 LG전자에 이어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경우 LG전자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선두주자가 될 구글을 든든한 동맹군으로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계약으로 혼자가 아닌 구글과 함께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전자와 특허동맹은 구글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구글은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은 그동안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입맛에 맞게 수정한 결과 나타나는 ‘파편화’ 문제에 고민이 많았다. 또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LG전자가 ‘웹OS’를 개발하며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도 걱정거리였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LG전자에 안드로이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부탁하면서 그 대가로 미래사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LTE 관련 특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점도 구글이 얻은 이득으로 지목된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미국과 유럽 특허청에 등록된 단말기 및 기지국 관련 LTE 필수표준특허는 447건이다. LG전자는 이 가운데 29%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