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뜻밖에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출판사들의 표정이 갈리고 있다.
많은 출판사들이 노벨상을 탈 것으로 예상된 작가들의 책에 공을 들여왔지만 민음사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다수 출간해온 덕에 노벨상 특수를 당분간 홀로 누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가즈오 이시구로는 기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작품활동과 사회활동이 다소 덜 알려져 있어 이번 한림원의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작가를 맞춰온 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의 예상도 빗나갔다. 이 사이트는 올해 유력후보로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의 ‘마거시 애트우드’, 한국의 ‘고은’ 등을 꼽았다.
한국 출판사들은 노벨문학상의 발표 이후 수상작가의 서적 판매가 급증하는 ‘노벨상 특수’를 위해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예상 후보작가들의 신작을 준비해왔다.
창작과비평과 은행나무는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 정비에 신경을 썼고 문학동네는 ‘이스마일 카다레’와 ‘욘 올라프 포세’를 추가로 준비해 뒀다.
하지만 여러 출판사들은 예상치 못한 작가의 수상소식에 당분간 이 작가의 서적을 출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번역판을 출간하는 데 일정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노벨상 특수를 누려왔던 출판사들도 이번에는 대목을 잡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민음사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국내 출간작 9권 가운데 8권을 내놓았는데 가즈오 이시구로의 인기몰이가 최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음사는 경쟁사들이 세계문학전집을 출시하자 이에 대항해 ‘모던클래식’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 시리즈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 작가가 가즈오 이시구로였다.
민음사는 노벨상 발표 당일에 당직을 두고 비상대기하며 노벨상 특수를 기다렸다고 한다. 아울러 노벨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책의 유통과정에서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서점가에서 노벨상 특수는 발표 직후를 기점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날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5일 오후 8시부터 6일 오전 10시30분까지 885권이 판매됐다. 9월 총 판매량이 17권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노벨상 수상 이후 12배 넘는 판매인 셈이다.
알라딘 관계자는 “가즈오 이시구로가 국내에 번역된 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가임을 감안하면 이날 이후에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