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3사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인도지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형 조선3사의 수주잔량에서 LNG운반선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 넉 달 사이에 LNG운반선 일감 4건의 인도시점이 연기됐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6월부터 9월 말까지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건조일감 2건, 대우조선해양은 2건의 인도시점이 지연됐다.
삼성중공업은 각각 8월30일과 9월30일에 넘기기로 돼있던 LNG운반선의 인도시점이 미뤄졌다. 이렇게 인도시점이 지연된 LNG운반선은 모두 4척으로 8718억 원 규모의 일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6월1일과 8월31일에 인도하려고 했던 LNG운반선 등의 인도시점이 늦춰졌다. 인도시점이 지연된 LNG운반선과 원유운반선 등 일감규모는 모두 6척으로 1조0818억 원어치에 이른다.
LNG운반선시장의 공급과잉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발주처가 인도시기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LNG운반선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에 빠져 있다”며 “향후 미국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LNG공급량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기존에 발주됐던 LNG운반선의 공급량이 더 많아 LNG운반선의 용선료가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SK증권 등에 따르면 LNG운반선 공급량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유휴 LNG운반선 비율도 2011년 5% 정도에서 지난해 31.2%까지 치솟았다.
LNG운반선 용선료는 2012년 하루에 14만 달러 정도에서 2015년 하루 3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손 연구원은 파악했다.
유휴 LNG운반선 비율이 늘어나는 데다 용선료까지 떨어지면서 발주처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에게 인도시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발주처의 사정으로 LNG운반선 인도시점을 미루는 것이므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잔금수령 시기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국내 조선사 대부분은 수주 초기에 계약금의 20~30%만 받고 나머지 잔금은 인도시점에 받는 ‘헤비테일’방식으로 일감을 따낸다. 인도시점이 늦춰질수록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자금 유입시기도 그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확보해둔 일감 가운데 LNG운반선 비중은 높은 편이다. LNG운반선 인도시점 지연사태가 또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의 전체 수주잔고 가운데 LNG운반선은 8월 말 기준으로 13% 정도, 대우조선해양은 7월 말 수주잔고에서 LNG운반선 비중이 30% 안팎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LNG운반선 인도시점 지연 등을 올해 겪지 않았지만 전체 수주잔고에서 LNG운반선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가운데 15%를 LNG운반선 건조에서 확보했다. 올해 8월 말 수주잔량에서 LNG운반선과 LPG(액화석유가스) 등 가스선은 35%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