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레드TV사업 진출을 포기하고 자체개발한 QLEDTV로 경쟁에 맞서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이른 시일에 성과를 확인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TV사업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며 뒤늦게라도 올레드TV 출시를 검토하는 등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 김현석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TV시장 점유율과 출하량이 모두 지난해부터 꾸준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익성에 중요한 고가TV에서 판매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천달러 이상 고가TV 출하량은 2015년 34만 대 정도였는데 지난해는 10만 대 초반으로 급감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2만 대 안팎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기간에 LG전자와 소니의 고가TV 판매량과 점유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수요를 빼앗아오며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출시가 확대되며 프리미엄 TV시장 ‘절대강자’로 자리잡은 올레드TV의 판매성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고가TV 수요를 올레드TV가 빠른 속도로 잠식하며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잃고 있다”며 “TV사업에 변동성이 커져 전체 실적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LCD패널을 활용한 TV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수년 전부터 올레드TV의 개발과 양산에 주력했다. 초반에는 수익성과 인지도 확보에 고전했지만 점차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소니도 올해 상반기부터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공급받아 올레드TV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레드TV 기술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지만 높은 생산원가 등으로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시장진출을 포기하고 자체개발한 QLED방식 LCDTV로 고가TV 라인업을 재편했다.
LG전자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 수 없다는 자존심도 진출을 포기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올레드TV에 밀려 고가 TV시장에서 입지가 불안해지는 상황에 놓이자 삼성전자가 TV사업에서 대대적인 전략변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TV사업의 실적부진은 근본적인 전략의 문제”라며 “경쟁사 올레드TV의 빠른 성장에 대응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QLEDTV는 올레드와 같이 완전한 신기술이 아닌 기존 LCD를 개선한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들에 인식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또 중국업체들의 저가 LCDTV 물량공세가 나날이 강력해지며 삼성전자가 LCD방식의 QLEDTV로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를 소비자들에 설득하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삼성전자가 2012년 선보였던 올레드TV 시제품. |
결국 삼성전자가 시장변화에 대응해 다시 올레드TV 출시를 검토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9월 초 인터뷰에서 올레드TV의 짧은 수명 등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레드TV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기술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면 시장진출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QLEDTV 라인업을 100만 원 안팎의 중저가모델까지 확대하는 등 판매부진에 대응해 다양한 전략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본격적인 사업전략 변화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QLEDTV 중심전략은 자신감이 아닌 고집이 될 수도 있다”며 “TV사업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도 있는 만큼 고가TV에서 반등계기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