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7-10-02 00:35:24
확대축소
공유하기
대한항공이 조인트벤처를 본격적으로 운영해 일본의 태평양노선 환승수요를 대거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추진하는 조인트벤처를 놓고 정부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인트벤처는 2개 항공사가 특정 노선을 항공사 한곳처럼 공동으로 운영해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등 협력하는 체계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태평양노선에서 공동운항 확대 △공동 판매 및 마케팅 증진 △수하물 연결 등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 △마일리지 서비스 강화 △태평양노선 항공화물 협력 강화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 교통부가 9~10월 안에 조인트벤처 승인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공정위 검토와 국토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항공업계는 바라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조인트벤처의 독과점 형성 가능성을 놓고 대한항공 측 의견을 접수하는 등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정위 검토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운영할 경우 일본항공사들의 환승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승객은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여행객인데 태평양노선의 경우 환승객 비중이 상당히 큰 만큼 환승객 유치를 늘릴수록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일본의 항공사인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는 2011년부터 각각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손을 잡고 조인트벤처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의 나리타국제공항이 태평양노선에서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했고 일본 항공사들이 조인트벤처 결성으로 태평양노선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태평양노선 경쟁력이 약화했다.
대한항공은 환승객 매출비중이 2013년 33.9%에서 2015년 28.1%까지 감소했는데 델타항공과 공동운항을 중단해 태평양노선에서 환승수요를 잃은 점이 주요인인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 서울 강서구의 대한항공 사옥.
델타항공도 환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이용해 왔는데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가 본격화할 경우 인천공항으로 허브공항을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인트벤처를 통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려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환승객들과 한국을 경유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가려는 미국의 환승객들 유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6월23일 조인트벤처 협약 체결식에서 “조인트벤처 협력을 통해 편리한 연결일정의 제공을 늘리는 등 소비자 혜택을 크게 증진시킬 것"이라며 "올해 말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개장과 함께 인천공항 환승수요 증가를 이끌어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조인트벤처를 통해 태평양노선 주도권을 뺏어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하네다공항이 새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제선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데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나 북핵문제 등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환승수요가 향후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운영하려는 것도 하네다공항에서 슬롯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