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카카오에 이은 셀트리온 등의 잇따른 코스피 이전으로 ‘마이너리그’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닥은 올해 7월 당시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으로 타격을 받은 데 이어 대장주인 셀트리온까지 코스피로 넘겨주게 됐다.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닥이 셀트리온의 이전상장 결정으로 '마이너리그'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
코스닥 시가총액은 225조 원 가량인데 셀트리온의 비중이 29일 종가 기준으로 7.73%(17조4142억 원)를 차지한다.
셀트리온이 이전할 경우 다음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코스피로 이전하거나 셀트리온과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시가총액이 29일 종가 기준으로 7조5862억 원(3.36%)인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10% 이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스닥이 1996년 7월 출범한 이후 셀트리온처럼 대형주가 코스피로 옮겨가는 현상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한 코스닥 상장기업 수만 셀트리온을 포함해 47개에 이른다.
LG유플러스, NHN(네이버), 동서, 아시아나항공, 엔씨소프트, 키움증권, 현대중공업 등 쟁쟁한 회사들이 코스닥에 자리잡았다가 코스피로 건너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1월에 기업공개(IPO)를 했을 때도 바이오회사들이 주로 몸담은 코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결국 코스피를 선택했다.
코스닥 대형주들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를 모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코스피 이전을 잇달아 선택하고 있다. 투자자 상당수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지수는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감안해 선정하는 대표종목 200곳의 지수를 뜻한다.
셀트리온 주가는 올해 들어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보다 부진한 상승률을 보였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돼 있다.
코스닥 대형주들은 코스피로 옮겨가면 이전보다 주식의 공매도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도 감안해 이전상장을 추진해 왔다. 공매도가 늘어나면 주가의 하락폭도 더욱 커진다.
공매도는 특정기업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증권사 등에서 보유한 기업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여 다시 갚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한국거래소는 이런 문제를 감안해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주를 합친 새 통합지수를 만드는 방식으로 코스닥 대형주의 이전상장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거래소 코스닥본부가 코스피200지수에 코스닥에 상장한 우량기업 일부를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유가증권본부(코스피본부)와 의견이 엇갈려 무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민우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8월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창업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코스닥이 2부 리그로 전락했다”며 “연기금을 동원하거나 코스닥기업 전용펀드를 만들어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스닥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코스피 ‘징검다리’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이 기술주 중심의 독립적인 증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오히려 흔치 않은 사례”라며 “일본이 도쿄거래소 증시를 1부, 자스닥을 2부처럼 운영하는 선례를 따라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