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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감사제 도입, 회계법인 기회 늘었지만 책임도 무거워져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7-10-01 1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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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회계법인들이 지정감사제를 일부 적용한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회계감사부문의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 외감법 개정안에 회계법인에서 요구해 왔던 지정감사제와 감사기업과 ‘갑을관계’ 개선 등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정감사제 도입, 회계법인 기회 늘었지만 책임도 무거워져
▲ 국회의원들이 9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외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당일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뉴시스>


상장기업들은 앞으로 이르면 2019년 10월부터 6년 동안 외부감사를 맡길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뒤 3년 동안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3년 동안 지정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도 있지만 6년 안에 감리를 받은 결과 회계부정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대통령령으로 결정된 것에 따라 회계처리의 신뢰성을 인정받은 경우에만 지정감사에서 제외된다.

외국계 회사와 법무법인 등 유한회사도 앞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감사에 일정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하는 표준감사시간 제도도 도입됐다. 회계법인이 기업에 자료제출을 요청할 권한도 이전보다 강해졌다. 

회계법인들은 그동안 경쟁입찰을 통해 외부감사를 수주했기 때문에 감사보수하면서 ‘감사보수 줄이기’ 경쟁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증권선물위가 앞으로 일정 기간 상장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하게 되면서 보수 줄이기 경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됐다.

기업을 감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감사보수를 요청할 근거가 마련됐다. 자료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강해지면서 감사기업의 눈치를 보거나 부실한 자료에 따른 감사로 회계부정 책임을 함께 질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국내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보수가 적고 거의 고정된 수준에 가까웠는데 위험성은 높았던 점이 회계감사의 서비스품질을 떨어뜨린 데도 한몫했다”며 “회계법인들이 본업인 회계감사보다 경영자문이나 세무자문으로 눈을 돌렸던 데도 수익성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을 살펴보면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전체 매출의 30%대만 회계감사부문에서 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회계법인, EY한영회계법인 등 3곳은 모두 2015년과 비교해 회계감사부문 매출이 줄었다.  

중소형 회계법인들도 이번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선물위가 미리 등록한 회계법인 1곳을 상장기업의 외부감사인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라 대형 회계법인에 모든 물량이 쏠릴 위험성을 어느 정도 줄였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제재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포함돼 직접적인 위험부담도 커졌다.
 
기업의 분식회계가 적발됐을 경우 회계법인도 감사보수의 5배 한도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회계법인 대표이사도 징계대상에 포함됐다. 

증권선물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았을 때 회계부정이 저질러졌을 경우 징계수위는 물론 형사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 등에서도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감법이 개정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회계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회계법인도 이전보다 더욱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만큼 전문인력 등으로 감사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욱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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