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31일 아이폰6 판매를 전후로 중고단말기 선보상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새 휴대폰을 살 때 18개월 뒤에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중고단말기 값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선보상 제도를 놓고 통신요금은 내리지 않고 부담을 줄여주는 것같은 착시효과를 내는 편법만 동원한다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나온다.
◆ 이통3사 단말기 선보상제도 앞다퉈 출시
SK텔레콤과 KT는 아이폰6을 구입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고단말기 선보상 제도를 이용한 판매를 31일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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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은 ‘프리클럽’, KT는 ‘스펀지 제로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단말기 선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아이폰6 등의 제품을 구매할 때 단말기를 18개월 뒤 반납하는 조건으로 중고 단말기 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단 휴대전화 구입 이후 사용한 누적 기본료가 80만 원이 넘어야 한다.
18개월 뒤 단말기를 반납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싶을 경우 가입 때 보상받은 금액을 12개월 동안 분할납부하면 된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광대역)에도 이 제도를 적용한다.
LG유플러스는 선보상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 예약판매에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신규 단말기의 중고가까지 먼저 계산해 지급하는 ‘제로(0) 클럽’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18개월 뒤 반납한다는 조건으로 할인혜택을 준다는 점은 다른 이통사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아직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처음으로 아이폰 제품을 출시해 기존에 아이폰을 팔아온 SK텔레콤과 KT의 아이폰 수요를 끌어오고 신규가입을 늘리려 했다.
이통사들은 현재 중고값 선보상 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아이폰6 가입자를 잡기 위한 경쟁에 들어섰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선보상제도를 적용하고 단말기 지원금을 더 하면 아이폰6을 살 때 실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0만 원 안팎으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 중고값 선보상제도, 소비자 비판받아
그러나 중고값 선보상제도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어차피 중고단말기 가격을 미리 지급받는 것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보면 제 값을 다 주고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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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업계 한 전문가는 “중고값 선보상 제도는 구매할 때 부담을 줄여 판매량을 늘리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결국 소비자는 조삼모사식으로 제 값을 다 주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중고 단말기 할인액수보다 이를 직접 파는 값이 더 나간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가계통신비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통신요금을 낮추라는 것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통사 대표들을 불러 “단통법이 시행된 뒤 오히려 국민의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과 함께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요구하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압박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아직까지 요금인하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이 받는 혜택을 늘리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고값 선보상 제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리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계속 쓰던 스마트폰을 1년6개월 만에 새로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50만 원에 아이폰6를 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