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에게 매출감소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도록 강하게 당부했다.
최근 국내에서 편의점과 복합쇼핑몰에 잇달아 투자하면서 신세계그룹의 비용부담이 큰 데다 정부의 유통규제 강화 등으로 영업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사 대표들에게 “매출이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가정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편의점과 복합쇼핑몰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대규모 투자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고양에 각각 1조 원, 7700억 원을 투입했다. 개점을 앞둔 스타필드청라와 스타필드안성에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사업에 투자도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이마트24’를 매년 1천 곳 이상을 출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3년 동안 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그동안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꼽혀온 이마트의 성장세는 더뎌졌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이익은 2014년 6868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6312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이마트는 신규출점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신세계그룹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사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편의점과 쇼핑센터 위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그 성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파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유통업규제 강화기조까지 더해져 신세계그룹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형마트 등에 적용되던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넓히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의무휴업일도 기존 월 2회에서 4회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의식해 자금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14일 코스트코 지분과 코스트코에 임대한 부동산을 매각했다. 정 부회장은 애초 코스트코 양평점과 부동산 임대계약이 끝나면 이마트트레이더스를 만들고자 했으나 최근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현금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안에 중국에서 이마트를 철수하기로 한 것도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