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중국차 공세 탓에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자동차매체 워즈오토는 26일 “현대차가 유럽에서 중국차의 영향력을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영향력을 확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 양대 해외시장에서 깊은 판매부진에 빠졌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국에서 57만6974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줄었다. 이 기간에 미국 판매량은 45만4733대로 12.7% 감소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유럽은 현대차의 마지막 보루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럽에서 31만4310대를 팔아 2016년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유럽공략 의지를 높이면서 현대차가 바짝 긴장하게 됐다.
체리자동차, 웨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회사는 9월에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진출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체리자동차는 유럽 전략형 SUV인 익시드TX 선보였으며 웨이자동차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 P8 등을 공개했다. 지리자동차도 글로벌 브랜드인 링크앤코를 통해 유럽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워즈오토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에서 판매된 모든 중국산 차량은 1만6912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상용차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중국 완성차회사가 유럽 승용차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판매량을 대폭 늘릴 수도 있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디자인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차가 싼 가격을 앞세운다면 유럽에서 현대차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현대차가 유럽에서 주력 차종으로 팔고 있는 싼타페 가격은 영국 기준으로 4만4143 달러 수준이지만 같은 차급인 웨이자동차의 VV7은 중국 기준으로 2만5452달러 정도로 싼타페의 절반 정도다.
라프 판 뉘펄 현대차 유럽법인 상품총괄이사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차가 현재는 유럽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지도도 낮지만 한국차와 일본차도 몇 십 년 전에 그랬다”며 “중국차는 결국에 유럽에서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유럽에서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차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려면 친환경차, 고급차 등 상품성이 높은 차량을 출시하는 데 보다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유럽에서 친환경차 10종을 포함해 모두 30종의 신차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에 선보일 친환경차로 차세대 수소전기차, 코나 전기차 모델 등이 꼽힌다.
또 한국, 미국에 이어 2019년 쯤 유럽에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출범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