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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 앞세워 경영복귀하는 조정호 전 메리츠 회장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3-03 14: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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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 과다보수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6월 물러난 지 9개월 만이다. 조 회장은 자신을 지원해 줄 든든한 '삼성맨'들과 함께 돌아온다. 실적개선에서 고액배당의 명분을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맨' 앞세워 경영복귀하는 조정호 전 메리츠 회장  
▲ 조정호 메리츠종금증권 회장

◆ ‘고액 연봉’ 논란으로 사퇴...대신 배당 챙겨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이달 2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사의 최대주주인 조 전 회장이 등기이사를 다시 맡아 책임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복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놨지만 자회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의 미등기 상근 회장직은 유지했다.


하지만 사퇴시점이 문제가 됐다. 당시 조 전 회장은 과다보수 논란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지난해 공개된 조 전 회장의 2012년 보수는 총 136억 원에 달했다. 조 전 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메리츠금융지주에서 11억2900만 원을, 비상근 회장으로 있던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에서 각각 28억 원과 50억 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배당금으로 47억 원을 받았다. 조 전 회장이 2012년 받은 연봉은 지주사가 거둔 당기순이익의 14%가 넘는 액수였다.


금융업계는 조 전 회장의 사퇴를 과다보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봤다. 실제로 국정감사 출석이 확정되자 조 전 회장은 50억 원의 성과급을 포기하고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조 전 회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한 해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토록 했다.


전문가들은 조 전 회장이 이번에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과거 논란을 의식해 과다한 보수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조 전 회장은 자기 주식을 이용해 연봉만큼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6일 2013년에 대한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74.4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조 전 회장은 약 75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조 전 회장 위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있다. 조 전 회장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해상보험을 맡아왔다.


2000년 사명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로 변경한 조 전 회장은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가해 메리츠금융그룹을 출범시켰다. 한진에서 독립한 핵심이유는 장남 조양호 회장과 유산문제였다. 2002년 조중훈 회장이 타계하자 조 전 회장은 차남 조남호 회장과 함께 조양호 회장과 10년에 걸친 유산소송을 시작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소송이 끝났지만 재계는 또 다른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 삼성출신 이사 선임. 실적 개선 통해 배당 늘릴 생각


조 전 회장이 이번에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준수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우리파이낸셜 인수자금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경영여건이 좋은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지난해 연 환산으로 당기순이익이 14.5% 증가해 불황 속에서도 선전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해 13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2012년 동기와 비해 38.6%나 증가한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올해도 좋은 실적을 거둬야 조 전 회장이 고액배당을 받은 명분이 선다. 조 전 회장이 ‘삼성맨’들을 사내이사로 임명한 것은 이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 올해도 이들을 통해 지난해 만큼이나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사장 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조 전 회장과 함께 지주사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메리츠화재를 맡고 있는 남재호 사장과 강태구 전무도 메리츠화재의 사내이사로 임명된다. 사외이사인 정중영 위원은 이번에 재선임된다.


김용범 사장은 삼성투자신탁운영 채권운용본부장과 삼성증권 캐피털 마켓 본부장 및 채권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9월부터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직해왔다. 김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요시해 대부분의 보고를 이메일과 SNS를 통해 받았다. 이러한 조직문화 개편에 힘입어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지난해 말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남재호 사장은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해상보험에서 1983년부터 업무를 시작한 보험업계 전문가다. 이후 삼성화재 동대구지점장과 영업관리팀장, 마케팅팀장 등을 지냈다. 200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남 사장은 상품업무실장, 개인영업총괄, 상품마케팅실장 등을 맡았다. 남 사장은 2013년 12월6일 사장단 인사에서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격적 목표를 세웠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CEO가 교체된 올해는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사장과 함께 메리츠화재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강태구 전무도 삼성출신 인사다. 강 전무는 삼성화재 경영관리팀과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된 정중영 위원도 삼성화재 경영기획팀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현재는 한국리스크관리학회 기업경영리스크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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