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V30’ 등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가상현실기술에서 구글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개발한 PC용 가상현실기기도 선보이며 사업진출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가상현실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분야에 집중하는 사이 LG전자는 진출영역을 더욱 넓히며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노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왼쪽)와 권봉석 HE사업본부 부사장. |
24일 업계에 따르면 V30은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구글의 가상현실기기 ‘데이드림뷰’를 지원한다.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들에 예약판매 사은품으로 제공된다.
LG전자가 제공하는 가상현실기기는 구글이 10월 초 공개를 앞둔 신제품으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출시된다. LG전자를 새 가상현실기기의 첫 협력업체로 점찍은 셈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자체 가상현실사업에 주력해왔지만 LG전자와는 협력하지 않았다. 구글이 가상현실기능 지원 스마트폰에 올레드패널 탑재를 필수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V30에 처음으로 고화질 올레드패널을 탑재했고 후속작에도 계속 적용할 계획을 세운 만큼 LG전자와 구글의 가상현실분야 협력은 이번을 계기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구글이 아직 새 가상현실기기를 정식으로 공개하지 않은 만큼 향후 협업계획과 구체적인 기능 등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앱스토어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웨어러블과 가상현실, 증강현실사업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와 협력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달리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콘텐츠 플랫폼을 확대하려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제조사와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처음으로 자체적 가상현실기기 ‘기어VR’과 전용 콘텐츠 플랫폼을 내놓은 뒤 가상현실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확보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기어VR과 결합하면 바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지난해 G5와 함께 전용 가상현실기기를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실패를 겪었다. 콘텐츠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데다 G5가 큰 판매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LG전자가 삼성전자와 가상현실시장에서 곧바로 맞경쟁을 벌일 만한 역량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구글과 협력은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구글도 삼성전자가 자체 가상현실콘텐츠 사업확대를 더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 구글과 협력에 소극적인 만큼 LG전자와 협업을 강화하는 데 훨씬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가상현실사업 진출분야를 스마트폰 이외로도 다변화하며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16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가상현실 기술전시회 ‘2017 코리아VR 페스티벌’에서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신 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가상현실기기 ‘LG VR HMD’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자체 디스플레이와 구동칩 등을 탑재하고 있어 스마트폰용 가상현실기기와 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제품 개발도 모바일사업이 아닌 TV와 PC 등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맡는다.
▲ 구글의 가상현실기기 '데이드림뷰'(왼쪽)와 LG전자의 PC용 가상현실기기 추정 제품. |
PC용 고성능 가상현실기기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아직 오큘러스와 대만 HTC 등에 불과해 성장기회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LG전자도 비교적 선두기업으로 진출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PC용 기기는 보통 고가로 판매돼 수익성이 높고 주로 게임용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 인기를 끄는 제품군이다. 동영상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스마트폰용 가상현실기기와 성격이 다르다.
LG전자가 이처럼 가상현실사업 전략을 다변화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향후 가상현실기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중요한 성장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상현실사업에는 콘텐츠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스마트폰에서는 구글을 연합군으로 두고 있지만 PC용 가상현실기기는 전용 콘텐츠를 LG전자가 자체개발을 하거나 협력을 통해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PC용 가상현실기기의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충분한 콘텐츠기반을 확보할 경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