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7-09-19 18: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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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미국 완성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인수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현대차가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 2016년 기준으로 합산 판매량 1150만 대를 보여 글로벌 판매 1위로 도약할 것”이라며 “또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던 세단 중심의 제품군에서 벗어나 시장 흐름에 적합한 제품군을 즉시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그는 또 “현대차는 2020년에 완전한 SUV 제품군을 갖추기로 했지만 시간, 비용, 실패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이 더 합리적”이라고 파악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16년 전세계에서 4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글로벌 판매 7위 완성차회사다. 알파로메오, 피아트, 마세라티, 닷지, 클라이슬러, 램, 지프 등을 포함해 모두 14개의 산하 완성차 및 부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GM과 폴크스바겐 등에 회사를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두 회사 모두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 완성차회사인 장청자동차가 최근 지프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대차 역시 지프 브랜드를 포함한 피아트크라이슬러 인수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완성차업계에 남은 마지막 매물로 꼽히면서 매력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는 과거 피아트크라이슬러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미국, 중국에서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인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피아트크라이슬러 전체를 인수할 경우 예상가격은 11조2천억 원,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와 부품회사 마그네티 마렐리만 인수할 경우 5조6천억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할 자금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2016년 별도 기준으로 순현금 15조3천억 원을 보유했고 순이자수익으로 1390억 원을 내면서 5~10조 원 수준의 인수금액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는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43%였지만 이는 금융자회사의 부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현대차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31.3%이며 연결 기준에서 금융자회사의 부채를 제외한 부채비율은 53.2%로 완성차사업의 재무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들이 거래처를 다변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중국 합자회사 베이징기차와 갈등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가 현대차에 의존해 부품을 납품하는 구조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부품계열사가 자체적으로 노력해서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회사를 인수하면 부품계열사들은 이런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사드 보복으로 입지가 좁아졌지만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안방시장에서 영향력을 기반으로 해외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회사가 인수 의향을 밝힌 피아트크라이슬러를 현대차가 인수하게 되면 경쟁상대인 중국 완성차회사를 견제할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 완성차회사가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 현대차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해 경쟁심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현대차가 인수하면 미국에서 현지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6월 코나 공개행사에서 완성차회사를 인수할 뜻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인수합병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완성차보다 IT나 ICT회사에 관심이 많다”며 “시스코와 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