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확보 대책을 시행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철도노동자가 업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소통부족에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만큼 두 기관 통합논의가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의중앙선 원덕-양평 구간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의 추돌로 기관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철도안전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철도공사 기관사 박모씨는 13일 새벽 경의중앙선 원덕-양평 구간에서 열차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자동정지장치’를 시험하기 위해 열차를 시범운행하던 중 앞 열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앞 열차와 뒷 열차에 나눠 타고 있던 이모씨 등 철도노동자 6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가 김현미 장관 주재로 철도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한 지 3주 만에 또 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 벌써 3번째 철도노동자의 업무 중 사망사고다.
이번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신호시스템 오류로 밝혀졌지만 철도노조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무리한 열차운행을 꼽았다.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로 개통시기에 쫓겨 무리하게 2대의 열차를 동일선로 위에 투입해 시운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의 통합과 관련해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사고는 철도시설공단이 주관하는 시험운행에 철도공사 기관사들이 참여하면서 일어났다.
철도노조는 “철도시설공단이 선로를 건설해 놓고 일방적으로 시설검증계획을 요청하면 철도공사는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건설사와 운영사가 분리돼 운영되는 현재의 철도시스템 역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철도청은 2005년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철도공사와 철도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통합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철도의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공약했고 한국노총과 직접 두 기관의 통합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두 기관의 통합을 찬성하는 측은 유사중복업무에 따른 재정낭비 방지, 업무 일원화에 따른 효율성 증대,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 등을 강조하지만 반대하는 측은 거대공기업 탄생에 따른 방만경영의 위험성, 사고시 책임소재를 가리기 힘들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이번 시운전에 참여한 기관사들은 시운전방식과 관련한 사전협의 없이 업무에 투입됐고 사전교육도 받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의 긴밀한 소통과 수평적 협업체계가 없으면 이런 사고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작업자의 안전은 물론 열차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철도의 공공성 가운데 특히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기관의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철도의 공공성 강화는 국가의 책무”라며 현재 철도운영체제의 장단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14일 이번 철도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교통안전공단, 철도기술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안전 긴급안전회의를 열고 사고원인의 면밀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