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X 등 새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2년 전 출시된 아이폰6S을 단종하는 대신 가격을 대폭 내려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내놓았다.
애플이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으나 점유율 확보를 노려 적극적인 전략변화에 나서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15일 애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5년 출시된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의 가격이 아이폰 신제품 공개 직후 더 낮아졌다.
아이폰6S는 449달러, 대화면의 아이폰6S플러스는 549달러부터로 각각 판매돼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판매가격도 이에 맞춰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아이폰X가 99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정도에 그친다.
4인치 화면의 소형모델 아이폰SE 가격도 349달러로 이전보다 50달러 낮아졌다. 애플이 본격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한 직후 이전에 출시된 제품의 가격을 낮춰 판매하며 더 오래된 제품은 단종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수요를 신제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가격대를 다양화하며 판매중인 아이폰 라인업을 8종으로 대폭 늘린 것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분석기관 모틀리풀은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에 고가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아이폰6S의 가격을 낮춰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모틀리풀은 애플이 중저가 아이폰을 통해 그동안 약점을 안고 있던 신흥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며 가격부담을 느끼던 스마트폰 구매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새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중국과 인도 등 스마트폰 가격에 민감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저가 아이폰 출시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계속 나왔다. 최근 중국 화웨이에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내주는 등 갈수록 판매확대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과 동영상 등 콘텐츠, 아이폰과 연동하는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기기 등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소비자 기반을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애플은 이미 올해 초 태블릿PC ‘아이패드’ 라인업을 절반 가격의 보급형모델과 고가모델 ‘아이패드프로’로 차별화한 뒤 상반기에 태블릿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리는 성과를 냈다.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전략에 시동을 걸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지 주목된다.
▲ 애플이 가격을 낮춰 내놓은 아이폰6S시리즈와 아이폰SE(오른쪽).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을 새 경쟁자로 맞이해 점유율을 지켜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국가에서 갤럭시J와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사업 전체 실적에 중저가 라인업이 기여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고가 스마트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층을 대거 흡수하며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의 강력한 브랜드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를 대거 흡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이폰6S의 성능과 디자인, 제품경쟁력도 비슷한 가격대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모틀리풀은 “아이폰6S는 신제품과 비교하면 성능이 뒤처지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으로는 매우 훌륭한 제품”이라며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해 애플의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