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력사업인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과 복합쇼핑몰 등 신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당초 코스트코에 빌려줬던 부지의 임대계약이 끝나면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새로 열 것으로 점쳐졌으나 부지를 코스트코에 완전히 매각했다.
14일 업계에서 정 부회장이 20년 만에 코스트코코리아 지분과 임대했던 부지를 매각한 것을 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매각한 부지 가운데 하나인 코스트코 양평점 부지는 트레이더스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코스트코 양평점은 핵심상권에 자리 잡아 전국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최근 규제강화로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코스트코 매장을 리모델링할 경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트레이더스 출점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갈 길이 멀지만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사업이 각종 규제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다 성장세도 주춤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1993년 1호점을 낸 지 24년 만에 단 1개의 점포도 내지 않는다. 이마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해 16개의 점포를 열기도 했으나 2015년 5개, 2016년 1개로 출점 속도가 가파르게 느려졌다. 기존점의 성장세는 이미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내수시장이 침체한 데다 1인가구 증가와 온라인쇼핑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긴 하지만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최근 유통사업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점 역시 신세계그룹에 부담을 안기는 요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출점을 해봤자 크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편의점이나 복합쇼핑몰 등 신사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실탄을 확보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4월 하남점 잔여 부지와 평택 소사벌 부지를 판 데 이어 최근 시흥 은계지구 부지와 이마트 부평점도 매각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회사 이마트24와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아직 사업 초기단계로 적자를 내고 있어 당분간 이마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하남에 1조 원, 스타필드고양에 7700억 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줄줄이 문을 여는 스타필드청라와 스타필드안성에도 비슷한 수준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24도 매년 1천 곳 이상을 출점해 편의점업계 4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3천억 원을 투자한다. 이마트가 최근 이마트24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24와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폭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 각각 영업손실 253억 원과 236억 원을 봤는데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31억 원과 278억 원으로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