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한국GM이 인건비 부담 탓에 국내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가 8월 말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국내 인건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기아차가 노조에 미지급한 통상임금과 법정지연이자 등 4223억 원을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기아차는 판결금액을 포함해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면서 과거 소급분으로 1조 원 안팎의 비용을 지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1심 판결이 난 뒤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상고심에서도 원심과 동일한 판결이 날 경우 기아차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기아차는 노조와 합의해 9월부터 국내공장에서 특근을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국내공장 특근을 전면 폐지하거나 국내공장 생산물량 일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생산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모터쇼에서 말한 내용은 한 기자가 잘못 듣고 보도한 내용”이라며 “기아차는 현재 해외로 국내 생산물량을 이전하거나 특근을 폐지하는 방안 등과 관련해 확정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GM도 국내 생산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M본사가 2017년 들어 적자를 내는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GM은 2016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영업손실은 2016년 말 1조2741억 원까지 늘었다.
한국GM은 현재 군산, 부평, 창원에서 3개 완성차공장과 보령에서 변속기 및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 1곳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GM은 3개 완성차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간 75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한국GM은 2015년 전 세계에 62만 대를 팔던 데서 2016년 60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는 2016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어든 36만 대를 팔았다.
한국GM은 2017년 들어 국내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데 신차 출시가 부족했고 철수설로 한국GM 차량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수출물량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GM본사가 유럽 브랜드인 오펠을 매각하면서 한국GM이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생산한 스파크와 트랙스를 각각 오펠 브랜드의 칼과 모카로 이름 붙여 수출했다.
특히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GM 수장을 맡기 직전에 GM인도 사장을 맡아 생산기지 일부를 매각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한국GM에도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펼칠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카젬 사장은 1일 취임한 이후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국GM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 생산 축소 등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회사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영실적이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총 인건비는 2010년과 비교해 현재 50% 이상 늘었다. 한국GM은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공장 생산물량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카젬 사장은 우선 노조와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회사들이 국내 생산물량을 축소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이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이미 하락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생산대수는 2011년 역대 최고치인 465만794대를 보인 뒤 450만 대 수준을 유지하다 2016년 422만8536대로 2015년보다 7.2%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