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파격적 서비스로 가파른 가입자 증가세를 보였고 시중은행에 이른바 '메기효과'도 톡톡히 발휘했다.
하지만 서비스 지연 등 폭주하는 불만사항을 개선하는 데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해 은행권에 돌풍을 일으킨 지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8일 기자는 8월20일에 신청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20일째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 아침 심심풀이 삼아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선배가 받은 체크카드가 예쁘길래 체크카드를 신청했다.
신청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를 고를 수 있었다. 신청화면에 들어가자마자 ‘라이언’이 보였지만 카카오의 테마색상인 노랑을 배경으로 둔 ‘무지’로 신청했다.
곧 이어 카카오뱅크는 문자를 통해 “카카오뱅크 오픈에 뜨거운 성원으로 발급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여 배송까지 평균 약 4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며 “각종 업무 또한 고객센터의 업무량 증가로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알렸다.
오랜 기다림을 직감했다. 카카오뱅크는 7월 출시 초기부터 서비스가 계속 지연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지연문제가 가장 불거진 서비스는 대출이었다.
대출 후기를 검색해보니 누리꾼들은 접속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잦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았다.
카카오뱅크는 뒤늦게 서버와 회선을 대규모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접속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 지연문제를 알면서도 카카오뱅크 대출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혜택 때문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를 최고 1.39%포인트나 낮게 책정했다.
체크카드의 혜택도 좋았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는 국내외 어디서든지 결제금액의 0.2% 캐시백이 할인되고 주말에는 0.2%가 추가로 할인된다. CGV에서는 1만 원 이상 결제 시 4천 원을 할인해준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인 '미끼' 대출금리가 변했다.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6일 카카오뱅크는 대출금액이 불어나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마이너스 통장 최저금리를 연 2.83%에서 연 2.98%로, 신용대출 최저금리도 2.83%에서 2.88%로 올렸다.
금융업계는 그동안 카카오뱅크가 예금과 적금 이자는 높고 대출 이자는 낮아 정상적인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적금을 비교해보니 짧은 기간 소액 적금을 들려면 시중은행보다 카카오뱅크의 금리가 높았다. 카카오뱅크 적금은 연 2.2%의 금리를 제공했다.
애초 카카오뱅크가 설립된 취지는 ‘중금리대출 활성화’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카오뱅크에 4~7등급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영진 면담도 요청했다.
중저신용자들은 여전히 카카오뱅크의 대출서비스를 이용하길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으로서 도전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