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1년5개월을 남겨두고 물러났다.
산업은행 회장이 정권교체와 함께 물러나는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 전 회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산업은행을 세상의 변화를 이기는 강한 조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변화를 망설이다가 지난 시절에 겪었던 고통을 다시 경험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기업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임직원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구조조정 대상인 기업의 정상화와 재무건전성 회복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지 1년7개월 만에 물러난 셈이다. 후임자로는 이동걸 동국대 석좌교수가 내정됐다.
이 전 회장은 중도사퇴하면서 역대 산업은행 회장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출범하자 당시 정건용 산업은행 회장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퇴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김창록 전 회장,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강만수 전 회장이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근혜계 인사로 꼽혀왔던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취임했을 때부터 교체대상으로 거명돼 왔다.
다만 현대상선의 막판 회생절차를 주도했고 대우조선해양의 흑자전환도 이끌어내 기업구조조정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역대 산업은행 회장들과 달리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최순실씨의 인사개입 의혹에 휩싸여 물러나면서 이 전 회장의 입지도 크게 흔들렸다. 이 회장은 박 전 사장의 선임을 적극 지지했다.
1년 가까이 이끌었던 금호타이어 매각협상도 결국 중단되면서 이 전 회장의 중도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회장은 매번 정권과 운명을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기업구조조정 등에서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야 하고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해 정부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