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09-04 20: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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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게 회장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4일 성명에서 “현재 회장후보 선임과정은 ‘깜깜이’ 절차와 ‘날치기’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선임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윤 회장이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KB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은 1일 회장후보를 추천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다음 회장후보의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확대지배구조위는 윤 회장을 포함한 1차 후보 23명을 심사해 이르면 9월 중순에 다음 회장후보를 확정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KB금융의 경영승계규정상 확대지배구조위는 윤 회장의 임기만료 2개월 전인 9월20일 전에만 시작되면 되는데 위원회가 지난 주말에 기습적으로 열렸고 일주일 안에 사실상 모든 절차를 끝낸 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처음 선임됐던 시기와 비교해 이번 절차가 불투명하고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이 2014년 9월 선임됐을 때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체후보 100여 명을 압축한 절차와 채점방법, CEO후보의 자격기준 등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주주와 노조 등의 의견을 간담회를 통해 수렴할 계획도 세웠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에는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뜻을 반영하는 절차가 없었고 외부 후보자를 공개모집 절차없이 헤드헌팅회사에서 추천받았다”며 “외부 후보자가 퇴직임원 5명으로 알려져 윤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회복과 수익성 개선 등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국민카드의 신입직원 임금을 강제로 깎는 등 박근혜 정권에서 나타났던 반노동 행위 역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4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회장후보 선임절차의 불공정성을 알리는 1인시위를 했다.
노조는 5일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의 주관 아래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장선임 절차의 중단을 요구하고 지배구조개편도 촉구하기로 했다. 향후 KB금융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도 세웠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회장 선임절차를 회사 홈페이지와 공시를 통해 알리고 있으며 2017년도 상반기 보고서에도 회장후보 ‘롱리스트’의 내용을 기재한 만큼 ‘깜깜이’ 승계가 아니다”며 “회장후보 선임일정도 신한금융지주나 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