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앞으로 노조와 임금체계 변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특근중단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됐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이 4일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로 새로운 기준의 통상임금에 맞춰 수당을 지급하거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9월 특근중단 결정은 1차적으로 이런 비용발생 우려를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김 연구원은 “기아차 특근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겠지만 국내공장 출고량이 줄고 또한 이를 보존하기 위해 해외공장으로 생산물량을 이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아차는 8월31일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3분기에 당장 1조 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재판부가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기아차는 향후 통상임금을 확대하고 통상임금에 비례해 산정되는 각종 수당 부담도 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판결이 난 직후에 9월부터 국내공장에서 특근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기아차는 2016년에 월평균 1.2회(1회당 8시간 근무, 모두 2800대 생산)의 특근을 시행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특근으로 생산한 물량은 약 4만 대로 추산된다. 2016년 국내공장 출고량이 155만 대인 점을 감안하면 특근 생산량 비중은 2.6% 수준인 것이다.
김 연구원은 “특근으로 생산한 물량은 절대적으로 큰 규모는 아니다”며 “기아차는 무조건적으로 국내공장 특근을 영구적으로 폐지하거나 국내공장 생산물량을 해외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이번에 특근중단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판결 이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조와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기아차는 향후 임금체계 개편과정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근중단을 결정했을 것”이라며 “국내 노동자 입장에서 특근이 폐지되고 해외공장으로 생산물량 이전이 본격화한다면 인건비 하락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아차가 향후 협상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을 막고 생산차질 우려도 해소한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통상임금 1심 판결로 해외공장으로 생산물량 이전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향후)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